내년 예산안에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적자 보전액으로 각각 1조7000억 원, 1조6000억 원이 편성됐다. 직역연금 부족분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법으로 명시한 데 따른 것이다. 내년 한 해에만 공무원과 군인의 노후 보장을 위해 3조 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간다. 지난해 국가부채 1555조 원 가운데 공무원·군인연금 충당 부채가 전체의 54.4%를 차지했을 정도다. 정부는 최근 국민연금도 공무원·군인연금처럼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더 내고 덜 받는’ 또는 ‘오래 내고 늦게 받는’ 개혁을 위해선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과도한 불안을 잠재울 필요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군인연금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없이 국민연금만 칼을 댄다면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한국 노인 빈곤율은 4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5%)의 4배 가까이 된다. 기댈 곳은 국민연금뿐인데 사각지대가 넓다. 공무원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국민연금(37만 원)의 6.5배에 달한다. 공무원 보험료율(월 소득의 9%)이 민간 근로자(4.5%)의 2배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높다. 내년 예산안에는 국가·지방공무원 3만6000명의 증원 계획도 포함돼 있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매년 10∼20%씩 재정이 절감되도록 했는데 공무원 증원이라는 변수는 포함되지 않았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공무원·군인연금과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진지하게 통합을 검토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