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들을 이어서(Connecting the Dots).” ―스티브 잡스
2005년 6월 스티브 잡스는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에 초청받았다. “오늘 저는 세 가지 얘기를 하려 합니다. 하고픈 첫 얘기는 점들을 이어서(connecting the dots)란 것입니다”로 축사를 시작한다. 담담히 자신의 얘기를 들려준다. “대학을 자퇴한 후 청강한 과목 중에 손글씨(calligraphy) 과목이 있었습니다. 그때 세리프(serif), 산세리프(san serif) 같은 서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움에 매료됐습니다. 하지만 제 인생에 도움이 될 거라는 희망은 없었습니다.”
그는 10년 후 첫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들면서 이 모든 것을 담는다. 다양한 서체를 선택할 수 있고, 자간을 띄우고 맞출 수 있게 했다. 만일 잡스가 대학을 자퇴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손글씨 과목을 수강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같은 아름다운 서체들을 컴퓨터에서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첫 에피소드를 맺으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현재의 사건들이 미래의 어떤 것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만 합니다. 그것이 배짱이든, 운명이든, 삶 혹은 카르마든 말입니다.”
실상 점잇기(connecting the dots)란 놀이는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종이에 1번부터 숫자가 매겨진 점들이 있고, 차례로 점과 점을 연결해 선을 그어 가면 차츰 모양이 드러나는 일종의 그림퍼즐이다. 잡스의 이 유명한 자기고백은 인생이 각자는 의미 없어 보이는 작은 사건들의 우연한 만남으로 이뤄진다는 얘기로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왠지 이날 잡스의 모습을 보자면 자신의 가장 참담했던 시간의 경험들에 어떻게든 의미를 찾아주고자 부단히 노력한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