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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윤상호]군대와 자유

입력 | 2018-09-03 03:00:00


전승(戰勝)의 조건은 무엇인가.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빅터 데이비스 핸슨은 저서 ‘살육과 문명’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기원전 480년 그리스가 페르시아를 격퇴한 살라미스 해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의 판세를 바꾼 미국과 일본의 미드웨이 해전(1942년) 등 서구사의 대표적 전투 9개가 연구 대상이다. 각 전투를 역사·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비교 분석한 결과 자유를 중시하는 문화를 가진 진영이 승자였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무기와 전술 등 군사적 우위보다 병사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지휘관들 사이의 합의로 결론을 도출하는 사회 문화적 요소가 승리에 더 기여했다는 것이다. 가령 더 좋은 무기를 가진 일본이 미드웨이에서 참패한 요인은 천황에 대한 맹목적 충성과 획일적 위계질서라는 식이다. 베트남전과 같은 예외도 있지만 주요 전쟁을 살펴보면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중시한 측이 위계적이고 전제적인 사회구조를 가진 상대를 물리쳤다는 주장이다.

▷국방부가 지난달 20일부터 13개 부대에서 병사의 일과 후 외출제도를 시범 운영 중이다. ‘국방개혁 2.0’의 병영문화 개선책의 일환으로 휴대전화 사용 허용에 이은 조치다. 해당 병사 대부분은 짧지만 천금같은 자유를 얻은 데 만족하고,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반응이 많다. 군은 시범 운영 결과를 평가한 뒤 대비태세 영향 등을 고려해 연말까지 합리적 시행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병사를 ‘관리통제 대상’이 아닌 ‘군복 입은 민주시민’으로 대우해 자율과 개성이 존중받는 병영문화를 만들겠다는 게 군의 복안이다.

▷‘돌격 앞으로’로 표현되는 상명하복은 군대의 근간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드론, 무인로봇이 주도하는 미래전은 획일적 지시와 맹종보다 병사의 창의성과 자율성에 더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를 위해 병사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이런 조치들이 기강 해이와 전투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병영 자율화는 물샐틈없는 안보태세와 철저히 균형을 맞춰서 추진돼야 한다. 한번 금이 간 안보태세는 둑이 터지듯 무너질 수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