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국가 위해 헌신” 공감 분위기… 공정성 없는 무임승차엔 반발 거세
“제발 은메달!”
1일 열린 아시아경기 야구 결승전. 숙적 일본과의 경기임에도 어김없이 한국 야구대표팀의 패배를 기원하는 댓글이 다시 등장했다. ‘은메달 기원’은 야구대표팀이 아시아경기 금메달로 받게 될 병역 혜택에 반발해서 생긴 여론이다. 국제 종합대회 때마다 반복돼 온 운동선수들의 병역 특혜 논란은 이번 아시아경기에서 유난히 도드라졌다.
논란의 초점은 오지환(28·LG)이었다. 경찰청과 상무 입대까지 포기하고 아시아경기 대표팀 발탁을 노리는 그의 모습과 그를 발탁하는 과정을 보고 비난이 쏟아졌다. 올 시즌 타율 0.277의 저조한 성적과 유격수 외에 다른 수비를 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특혜 발탁’이란 논란까지 불거졌다. 반면 축구대표팀 손흥민(26·토트넘)에 대한 여론은 사뭇 달랐다. 팬들은 그가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자 큰 갈채를 보냈다.
운동선수 병역 혜택과 관련해 ‘국가 위상을 드높인 선수에게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국위선양론’과 ‘대한민국 성인 남성으로서 병역의 의무가 앞선다’는 ‘형평론’이 맞선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문제의 핵심에는 공정성 논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이가 많음에도 만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손흥민의 자격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간 올림픽과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에 기여해 온 점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며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점 등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팬들은 합당한 자격을 갖춘 선수가 국가를 위해 헌신했을 때 병역 혜택을 받는 데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반면 특정 선수가 ‘무임승차’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엔 거센 비난이 이어졌다. 오지환이 그렇다. 팬들은 그를 두고 “실력 없는 선수가 병역 혜택 대열에 끼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들불처럼 일었던 ‘패배 기원’ 여론은 한국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다소 누그러졌지만 오지환에 대한 비난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좋은 결과를 냈음에도 정작 팬들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은 셈이다. 공정하고 합당한 선수 선발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다음 아시아경기, 다음 올림픽에서도 병역 특혜 논란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