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리뷰-제작법 소개 등 어린이 유튜버들에 필수 아이템 일부 선정적 유해 영상물도 등장
인기 유튜브 채널 ‘마이린TV’의 최린 군은 일주일에 슬라임 영상 2, 3편을 올린다. 유튜브 화면 캡처
슬라임(액체괴물) 열풍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본래 슬라임은 미국 공포영화에서 연출을 위한 도구로 사용됐다. 이후 1970, 80년대 장난감 회사들이 슬라임을 생산하며 대중화됐다.
꾸준히 인기를 얻어온 슬라임은 2015년경 유튜브를 통해 국내로 퍼졌다. 당시 어린이 유튜브 채널 ‘캐리TV’에 올라온 슬라임 제작 영상은 2400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였다. 지난해부터는 유튜브뿐만 아니라 아이유, 설리 등 연예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러 종류의 슬라임을 만지고 노는 영상을 올리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MBC ‘나 혼자 산다’ ‘무한도전’ 등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등장하며 국내에서 대중적인 장난감으로 자리 잡았다.
높은 인기만큼이나 파생된 콘텐츠도 다채롭다. 어린이 유튜버들에게 슬라임은 필수 콘텐츠로 꼽힐 정도다. 문방구에 있는 제품들을 리뷰하거나 각양각색의 슬라임 만드는 법을 소개하는 식이다. ‘50mL에 1500원’이라며 직접 만든 슬라임을 소량으로 판매하는 유튜버도 생겨났다.
구독자 63만 명을 끌어 모은 ‘마이린TV’ 최린 군(12)의 아버지 최영민 씨(47)는 “요새 슬라임 콘텐츠가 많아 단순 리뷰뿐만 아니라 숨겨 놓은 슬라임을 찾아내는 ‘보물찾기’, 슬라임 여러 개를 모아 만든 ‘선물상자’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형태의 슬라임을 배경으로 성적인 내용의 자막을 넣은 화면. 유튜브 화면 캡처
하지만 아이들에게 유해한 콘텐츠도 늘었다. 음란행위나 자해, 자살 관련 내용을 자막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슬라임 동영상에 대놓고 성인 인터넷 사이트를 홍보하기도 한다. 유튜브에 업로드돼 조회수가 40만 건이 넘은 ‘남사친의 나쁜손 시리즈’에서는 슬라임을 만지면서 친구에게 성희롱을 당한 이야기를 자막으로 풀어놓는다. “어린이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 달라” “수위가 많이 높다” 등 안내성 제목이 달려 있지만 나이제한이 없어 누구나 해당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