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막내린 Mnet ‘프로듀스48’ 과열 경쟁에 출연자 보호 뒷전, 최고시청률 3.1%… 전작에 못미쳐
지난달 31일 Mnet ‘프로듀스48’ 최종회에서 연습생들이 주제곡 ‘내꺼야’를 열창하고 있다. Mnet 제공
“이 시기 미디어에 가장 많이 노출되면서 (참가자들이) 슬프고 기쁘고 할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최대한 자신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시청자 투표로 아이돌 가수 데뷔 멤버를 뽑는 Mnet ‘프로듀스48’의 초반 경쟁이 한창이던 7월, ‘프로듀스101’ 출신의 가수 청하가 미니앨범 쇼케이스 현장에서 입을 열었다. 후배들을 격려하는 이 말에는 ‘국민 프로듀서(국프)’에게 연습생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해달라는 당부도 담겨 있었다. 지난달 31일 ‘프로듀스48’은 막을 내렸고 12명이 최종 선발됐다. 하지만 청하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시청자 투표로 당락을 결정하는 특성상, 팬들 사이에 투표 경쟁은 늘 있었다. 열성적인 ‘국프’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건 아이돌 문화의 새로운 양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경쟁이 가열되면서 특정 연습생에게 투표한 이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초고화질(UHD) TV, 일본 왕복 항공권 같은 고가 상품을 지급하겠다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연습생의 실력이 아닌 팬들의 자금력이 당락을 결정하는 ‘금권 선거’”라는 비판이 나왔다.
부정 투표 의혹도 되풀이됐다. 지난달 22일 중국의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프로듀스48’ 투표가 가능한 G마켓 아이디(ID)가 개당 10위안(약 1630원)에 거래된 정황이 누리꾼에게 2200여 건이나 포착됐다. 지난 시즌에도 투표용 ID 거래가 이뤄진 적이 있었지만 사전 대비는 없었다. 제작진은 문제가 불거진 후인 지난달 27일 뒤늦게 투표 때마다 본인인증을 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했다.
최종회에서 탈락한 다케우치 미유는 방송 전 “프로듀스48에 인생을 걸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작진과 ‘국프’들은 인생을 걸고 도전한 96명의 소녀를 지켜주지 못했고, 상처는 소녀들의 몫이 됐다. Mnet 관계자는 “앞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문제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고 시청률 3.1%(닐슨코리아 기준)를 올린 ‘프로듀스48’은 흥행에서도 전작(시즌1 4.4%, 시즌2 5.2%)에 미치지 못했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출연자 보호에 대한 고려 없이 경쟁적인 면만 부각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연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