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나 노인들의 안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노인이 많이 모이는 서울 종로3가 일대 인도를 ‘노인 체험 장비’를 착용한 채 걸어 보니 곳곳이 ‘지뢰밭’이었다. 인도 중간에 불쑥 솟은 소화전, 상점 입간판 등 장애물이 많고 맨홀은 미끄러지기 쉬웠다. 인도와 이면도로 사이의 높은 턱과 급경사는 발을 헛디디기 십상이었다. 횡단보도는 채 반도 건너지 못했는데 신호등이 깜빡거렸다. 지팡이나 보행보조기에 의존해 도심 횡단보도를 건너는 건 진땀 빼는 ‘전투’였다.
우리 사회는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711만5000명으로 전체의 14.2%를 차지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에는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그동안의 노인정책은 대부분 ‘빈곤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 정책에 그쳤고 안전 인프라에는 거의 신경을 못 써 왔다.
해마다 낙상 등으로 골절사고를 겪는 노인이 10명 중 1명에 달하며 연간 의료비는 1조 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보행 중 사망자 1675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906명으로 54%였다. 국가 차원에서 고령 친화 인프라 대책이 없었던 데다 노인 사고에 대해 ‘쓸데없이 돌아다니다…’라며 개개인의 부주의로 치부하는 편견이 깔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