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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8개 대기업 ‘400조 투자’ 릴레이, 길 닦아주는 게 정부 할 일

입력 | 2018-09-04 00:00:00


지난해 말 LG를 시작으로 현대차 SK 신세계 삼성 한화 GS에 이어 포스코가 8번째 투자 릴레이에 나섰다. 포스코는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 위해 내년부터 향후 5년간 45조 원을 투자하고 2만 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3일 발표했다. 대기업 발표를 종합하면 3∼5년간 투자하겠다는 금액만 400조 원에 이르고 이로 인해 직접 창출되는 일자리만 최소 10만 개, 협력업체 일자리 등 파생 효과를 합치면 수십만 개에 이른다. 계획들이 제대로 이행되면 40여만 명에 이르는 청년(15∼29세) 실업자 문제 해소와 경제 활력 회복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과거에도 대기업의 투자·고용계획 릴레이 발표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올해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지금 우리나라 산업지표는 바닥이다. 성장엔진인 제조업 가동률은 올 1분기 70.3%로 9년 만에 최저다. 특히 올 6월 기업의 설비투자는 ―13.8%다. 많은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들은 이미 한계선상에 몰려 있다. 오로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철강 등 대기업의 주력품목이 이끄는 수출만 작년보다 6.4% 증가(1∼7월 기준)했다. 이나마 한국 경제가 버티고 있는 것은 여전히 대기업의 힘이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말로는 기업이 혁신성장의 주역이라고 치켜세웠지만 구체적 행동으로는 오히려 법인세 인상, 공정거래법 강화,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축소 등으로 기업을 힘들게 만들었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효과가 아래로 내려간다는 낙수효과를 부정하고 오히려 경제·사회 양극화만 초래한 주범으로 대기업들을 지목해 왔다. 이제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는데 정부가 당근을 못 줄망정 최소한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일련의 투자 계획들이 충실히 실행에 옮겨지고 특히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독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