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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서 ‘직설’로 달라지는 靑메시지

입력 | 2018-09-04 03:00:00

문재인 대통령 2기 개각 후 발언 변화




“사랑이 결코 무게로 느껴지지 않기를 바란다.”(7월 5일·문재인 대통령)

“첫눈이 오면 (탁현민 행정관을) 놓아주겠다.”(7월 1일·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최근까지 청와대 메시지에는 시를 연상케 하는 서정적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달라지고 있다. “직을 건다는 각오” “책임을 철저하게 물을 것” 등의 직설적인 표현이 부쩍 늘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라는 집권 2기 기조와 악화된 경제 지표에 대한 답답함과 질책이 문 대통령의 메시지 톤까지 바꿨다는 분석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원래 문 대통령은 연설문 등에서 시, 속담, 역사적 사례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경험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해 왔다. “청중의 입장에서 연설문을 써야 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7월 한-인도 비즈니스포럼 연설문에서 “제 딸도 한국에서 요가 강사를 한다”며 양국 간 친밀감 강조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대선 전부터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총괄해온 신동호 연설비서관은 아예 시인 출신이다.

감성과 서사(敍事)를 강조하는 신 비서관과 역사적 사실을 선호하는 문 대통령의 성향이 만난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8월 광복절 경축사다. 당시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 5명의 삶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독립의 뜻을 강조했다. “광주의 아픔이 아픔으로 머무르지 않고 상처와 갈등을 품어 안을 때, 광주가 내민 손은 가장 질기고 강한 희망이 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지난해 5·18광주민주화항쟁 기념사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뒤로 한 편의 시(詩)를 연상시키는 메시지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간명해지고 직설적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며 ‘한반도 주인론’을 꺼내들었다. 또 갈등설이 불거진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직을 건다는 결의”를 당부했다. 최근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규제 혁신 분야에서는 변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7월 의료기기 규제 혁신 행사에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고,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던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에는 “현장은 규제 혁신을 간절히 기다린다”며 국회의 입법을 촉구했다.

이런 변화는 탄핵과 촛불의 후폭풍이 남아 있던 집권 1기와 달리 2기부터는 ‘문재인 정부만의 성과’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규제 혁신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내부에서조차 관련 입법에 뜻을 모으지 못하는 여당에 대한 아쉬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들어 지지율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메시지가 변한 이유”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