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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와인스틴 사건과 ‘미투’의 미래

입력 | 2018-09-04 03:00:00


스웨덴 한림원은 해마다 10월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그런데 올해는 문학상 일정이 없다. 한림원 종신위원의 남편이자 사진작가를 둘러싼 성범죄 폭로가 이어진 데다 이에 대한 한림원의 미온적 대처가 문제가 된 탓이다. 1901년 첫 수상자를 낸 이후 성추문 파문으로 문학상 선정이 취소된 것은 처음이다.

▷노벨상으로 번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도화선을 제공한 ‘일등 공신’(?)은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앤젤리나 졸리, 귀네스 팰트로, 우마 서먼 같은 쟁쟁한 여배우를 비롯한 여성 70∼80여 명이 용기 있게 증언한 덕분에 힘과 지위를 남용한 와인스틴의 악행은 낱낱이 폭로됐다. 5월 뉴욕 경찰에 체포됐던 와인스틴은 3건의 강간 및 성범죄 혐의로 기소돼 최대 징역 25년형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는 100만 달러를 내고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미투 운동’은 연예계 울타리를 넘어 사회 모든 분야, 그리고 미국을 넘어 세계 각국으로 들불처럼 번져갔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침묵을 깨뜨린 사람들’을 선정했다.

▷한데 미투 운동에 제동을 거는 사태가 불거졌다. 21세 때 와인스틴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처음 고발한 이탈리아 배우 겸 영화감독 아시아 아르젠토가 예전에 17세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미투 운동의 선두에 섰던 피해자가 성폭행 가해자로서 입막음 돈까지 줬다는 의혹을 받게 된 것.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미투 운동의 정당성과 진정성에 흠집이 남을 수도 있다.

▷올 1월 여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를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도 명망가들에 대한 고발이 쏟아졌다. 그러나 세간의 이목이 쏠렸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 판결은 미투 운동에도 충격을 던졌다. 크고 작은 걸림돌이 있다고 해도 미투 운동을 통한 사회적 공론화의 중요성을 희석시킬 수는 없다. 이는 단지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약자에 대한 강자의 권력형 성폭력을 바로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