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으로 번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도화선을 제공한 ‘일등 공신’(?)은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앤젤리나 졸리, 귀네스 팰트로, 우마 서먼 같은 쟁쟁한 여배우를 비롯한 여성 70∼80여 명이 용기 있게 증언한 덕분에 힘과 지위를 남용한 와인스틴의 악행은 낱낱이 폭로됐다. 5월 뉴욕 경찰에 체포됐던 와인스틴은 3건의 강간 및 성범죄 혐의로 기소돼 최대 징역 25년형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는 100만 달러를 내고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미투 운동’은 연예계 울타리를 넘어 사회 모든 분야, 그리고 미국을 넘어 세계 각국으로 들불처럼 번져갔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침묵을 깨뜨린 사람들’을 선정했다.
▷한데 미투 운동에 제동을 거는 사태가 불거졌다. 21세 때 와인스틴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처음 고발한 이탈리아 배우 겸 영화감독 아시아 아르젠토가 예전에 17세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미투 운동의 선두에 섰던 피해자가 성폭행 가해자로서 입막음 돈까지 줬다는 의혹을 받게 된 것.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미투 운동의 정당성과 진정성에 흠집이 남을 수도 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