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등주 문제는 한 변이 주어졌을 때, 이 변으로 만들 수 있는 최대 면적은 바로 원이라는 걸 알려준다. 예를 들어 한 변의 길이가 10cm인 끈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면적은 반지름이 5/π인 원이다. 길이를 최소화하면서 면적은 최대로 만드는 것이다. 언뜻 당연해 보이는 등주 문제는 19세기가 돼서야 수학적으로 증명됐다.
지난달 발표된 ‘2018 필즈상’ 수상자 중 한 명도 이 등주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주인공은 바로 ‘최적 운송 이론’을 여러 분야에 적용한 스위스 취리히국립공대의 알레시오 피갈리 교수(34)다. 그는 1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24세 때 교수를 업으로 삼기 시작한 영재다. 피갈리 교수는 지금까지 15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18세기 프랑스 수학자 가스파르 몽주(1746∼1818)는 건축용 자재들을 어떻게 최적화해 공사 현장에 옮길지 고민했다. 그는 문제를 기하학적 방법으로 추상화해, 자재들이 이동하는 거리를 최소화하면 된다는 ‘최적 운송 이론’을 착안한다.
이후 150년간 엄두를 못 냈던 이 문제는 1940년대에 이르러 러시아의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레오니트 칸토로비치(1912∼1986)에 의해 좀 더 확장된다. 각각 다른 커피숍에 빵을 제공하는 빵집들의 집합이 있다고 하자. 이 경우 빵을 운송하는 총 비용을 최소화해 각 빵집들이 커피숍에 따뜻한 빵을 배달해야 한다. 책 옮기는 일이 왼쪽에서 오른쪽이라는 선형적인 일이라면 빵집과 커피숍의 연결은 비선형적(혹은 비결정적)이다. 하나의 빵집이 여러 개의 커피숍에 빵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측정 이론과 함수 해석을 통해 운송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빵집들과 커피숍들을 연결시켰다.
최적 운송 이론은 인간사뿐만 아니라 자연 현상, 물방울이나 비누 거품이 왜 언제나 구의 모양을 띠고 있는지 설명해준다. 자연 현상에서 최적 운송 이론에 따르면 물질들은 운동에너지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고정된 부피를 갖는 수정(水晶) 역시 비슷하다. 수정은 원자의 격자 구조에 의해 모양이 변함에도, 비누 거품과 비슷하게 표면의 에너지를 최소화해 형태를 만든다. 여기까지는 이론적으로 100년 전에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열에너지가 밖에서 부여되면 비누 거품과 수정은 변형된다. 그 이유는 뭘까?
밖에서 에너지를 E만큼 적용하면 이미 표면 에너지를 최소화해 모양을 갖추고 있던 수정은 놀랍게도 √E만큼 변했다. 즉, 수정 안 원자들이 (최적) 운송돼 모양이 달라지는 것이다. 물론 수정에 부여된 열에너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모양 변화 역시 안정적으로 일어난다는, 최적화의 해법을 이론적으로 가정한 결과다. 원자들의 운송비용(책을 n번 옮기듯이)은 수정 안 점(원자)들의 거리를 제곱한 만큼이다. 무수히 많이 이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복잡한 계산 결과 놀랍게도, 각 점(원자)들은 평균적으로 √E만큼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튀니지의 도시 카르타고엔 그리스 로마 신화 ‘디도의 전설’이 있다. 디도는 왕권을 차지하려는 오빠 때문에 남편이 죽자 튀니지로 도망갔다. 거기서 디도는 지역의 왕한테 쇠가죽 하나로 두를 수 있는 땅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그러자 디도는 쇠가죽을 얇은 조각들로 잘라 이었다. 마침내 디도는 해안가를 따라 쇠가죽 조각들로 반원을 그려 가장 큰 땅을 얻었다. 바로 등주 문제이자 최적 운송 이론 적용의 시작이었다.
김재호 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