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오늘 북한을 방문한다. 문 대통령은 어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열어 특사단의 대북 협상 방안을 논의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전화통화를 하며 북-미 간 중재 역할을 다짐했다. 정의용 수석특사는 “한반도 평화는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가는 것임을 명심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북한 매체들은 미국을 향해 “북-남 사이에 힘겹게 마련된 오솔길마저 막으려 든다”고 비난하고, 남측에는 “그 누구의 눈치를 봐서도 안 된다”며 ‘민족공조’를 내세웠다.
이번 특사단의 목표는 분명하다. 멈춰 선 북-미 비핵화 협상을 복원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특사단은 문 대통령의 친서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하고 나름의 중재안을 제시해 북측의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야 한다. 이어 북측과의 협의 결과를 미국에 전달하고 향후 대응 방안도 도출해내야 할 것이다. 미국과 북한은 그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은 폐기할 핵무기와 물질, 시설에 대한 신고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웠고 북한은 자신들의 안전보장 방안이 담긴 6·25 종전선언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특사단 임무는 6개월 전 방북해 한반도 정세를 대화 국면으로 이끌었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렵다. 첫 만남을 이어주는 주선자와 틀어진 관계를 다시 잇는 중재자의 역할과 책임은 크게 다르다. 더구나 중재자가 어느 한쪽에서든 의심을 사게 되면 자격을 상실한다. 정 수석특사는 “필요하다면 남북 관계 발전을 통해 비핵화 협상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남북 관계 과속에도 한미 관계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위험한 낙관론은 아닌지 의문이다. 북-미 간 진전 없이 남북 관계는 늘 좌초했음을 상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