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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때 시한부 판정받은 목수가 67세를 사는 이유

입력 | 2018-09-05 03:00:00

[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지난 5주간 미국과 태국 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1. 미국의 유명한 가구 제작자(목수)이자 교육자인 피터 콘. 필라델피아에서 자란 그의 아버지는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역사학 박사였다. 그 역시 명문 대학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그가 대학 졸업 후 목공의 길로 들어설 때 그의 아버지는 몸을 쓰는 노동으로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택했다. 뉴욕에서 한창 재미나게 가구를 만들고 있을 때 그는 림프암의 일종인 호지킨병 진단을 받게 되었다. 27세 때였다. 화학요법을 받아도 5년 생존율이 55%였다.

놀랍게도 당시 마음은 평온했다고 한다.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어릴 때부터 살아왔기에 큰 미련이 없었다고. “내게 남은 시간이 단 1년이라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었고 그는 세상에 아름다운 가구를 하나 더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치료에 성공했고, 생존했다.

하지만 46세에 다시 똑같은 병에 걸렸고, 이번에는 5년 생존율이 20%로 낮아졌다. 그는 당시 운영하고 있던 목공학교를 자신이 세상을 떠나도 지속할 수 있도록 비영리기관으로 만드는 절차를 밟았다. 그는 다시 생존했고, 올해 67세인 지금도 건강한 모습으로 25년째 이 학교를 이끌며 수업을 하고 있다.

#2. 태국 출장을 마치고 우연히 식사를 함께하게 된 수는 사람 좋게 생긴 한국인으로 두 아이의 아버지이다. 수와 부인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 대신 그 돈으로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보도록 전 세계를 여행하는 데 투자해 왔다.

그렇게 자란 큰딸은 현재 고등학생이며, 예술로서 춤을 추고 싶어 한다. 처음에 걱정하던 수는 딸이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면서도 방과 후 열정적으로 춤을 배우고, 행복해하는 모습에 지지하기로 했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딸은 최근 큰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딸이 하고 싶은 것을 도와줄 뿐 크게 간섭하지 않는다. 독립적인 아이들 덕분에 그는 부인과 둘만의 행복한 삶을 잘 만들어가고 있다. 식사 자리에 함께한 은규는 유럽 축구를 20년 이상 좋아해 왔고, 언젠가 남미의 소금 사막과 프리미어리그 게임 구경을 계획하고 있다.

#3. 미국 출장에서 만난 70세의 은퇴한 의사인 브루스에게 삶을 돌아볼 때 무엇이 중요했는지 물었다. 삶에서 기쁨을 주는 것의 원천으로 그는 세 가지를 들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그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그리고 그 일을 자신이 잘한다고 느끼는 것.

5주에 걸친 연속 출장을 마무리하면서 세 번의 다른 만남과 이야기가 연결이 되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가. 아니면 바쁜 일상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으며 남이 좋아하는 모습을 따라서 살고 있는가.

운이 좋아서 자신이 정말 재미있어서 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모두 그렇지는 않다. 은규에게 유럽 축구는 돈벌이와는 상관이 없지만 주말 새벽에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세상의 모든 걱정과 떨어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수의 딸은 앞으로 얼마나 성공할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또래들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빨리 시작했고, 회장을 맡을 만큼 리더십도 있으며, 의미 있는 성취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기성세대가 살아온 세상과 달리 앞으로는 명문 대학을 가는 사람들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확실하며 이를 오랜 기간 수련해 온 사람들이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죽음 앞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왔기에 별다른 후회가 없었던 피터. 10대에 벌써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부모의 지지를 받아가며 행복한 노력을 해 나가고 있는 수의 딸. TV로 보던 유럽 축구를 직접 가서 볼 꿈을 꾸고 있는 은규. 자신이 좋아서 해 온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고, 생계를 꾸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던 브루스. 이번 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즐기고 있었고, 모두 정말 행복해 보였다. 나는 남이 아닌 나의 욕망을 따라 나만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