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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뒷받침된 복지로 가야 무리 없어”

입력 | 2018-09-05 03:00:00

‘복지국가와 사회복지’ 책 펴낸 盧정부 교육부총리 안병영 교수




강원 고성군에서 농사를 짓는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는 농한기에 집중적으로 연구를 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형평성의 선순환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병영 교수 제공

“우리 사회는 경제 발전 정도에 비해 복지 수준이 뒤져 있는 편입니다. 정부가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경제 형편이 어려운 계층의 소득 보장에 힘쓰면서 인적 자원에 투자하는 복지정책을 펴서 노동의 부가가치를 올려야 합니다.”

김영삼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로 일했던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77)가 제자인 정무권(연세대) 신동면(경희대) 양재진 교수(연세대) 와 함께 연구서 ‘복지국가와 사회복지정책’(다산출판사·사진)을 최근 냈다. 강원 고성군에서 농사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는 그를 4일 전화로 만났다.

안 교수는 최근 이슈가 된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지금은 ‘저부담 중급여’지만 앞으로 ‘중부담 중급여’로 가야 한다”며 “받는 수준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되,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안 교수는 “연금개혁은 인기가 없는 정책이다. 서구에서도 많은 정부가 다음으로 미루고자 했고, 쉽게 개혁에 성공한 나라는 없다. 시간을 끌다가 시기를 놓친 나라도 많다”며 “그러나 어느 정부인가는 반드시 해야 하고,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책에서 앞으로 복지 급여뿐 아니라 사회 서비스의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노인·영유아 돌봄 서비스와 같은 것을 말한다. 안 교수는 “한국의 복지는 소득 보장 측면에서는 일정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데, 사회 서비스는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국가와…’는 역사적 측면에서,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한국의 사회복지가 어디쯤 와 있는가를 다룬 책이다. 책은 우리 사회에서 복지국가나 사회복지 정책이 쟁점으로 부상할 때 논의가 실용적, 실질적 정책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함께 탄탄한 소득 보장 제도를 확립하고, 시민들이 변화하는 노동시장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게 성인들에게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안 교수는 “그러나 국민 합의도 없이, 좌우파의 고정된 이념에 따라 방향이 정해지면 정책적인 뒷받침을 못한 채 허둥댄다”고 비판했다.

“영미식 신자유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나 우파는 복지가 독이 된다며 효율성만 강조합니다. 반대로 옛 유럽의 사민주의 나라나 좌파는 경제 발전이 복지를 견인하는 건 생각지 않고 ‘복지 급여’를 통한 평등의 실현에만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어요. 양쪽 다 무리한 생각입니다.”

안 교수는 한국 사회가 ‘사회투자적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투자적 복지국가란 인적 자원 투자를 계속해 성장과 고용을 유지하면서, 적정 수준의 소득 보장을 통해 구성원의 삶을 안정시키는 걸 병행하는 구조를 일컫는다.

그는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제3의 길’이나,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신중도 노선처럼 적정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