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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허위매물 신고 사상최대, 속사정 들여다보니

입력 | 2018-09-05 03:00:00

집주인 호가 담합… 집값 띄우기 광풍
아파트 부녀회 “○○억 이상 받아야”… 가격 기대이하 매물, 허위라고 신고
집값 급등한 양천-송파, 신고 상위




“지금부터 30평대가 15억 밑으로 나온 건 다 허위 매물이겠네요. (1인당 월 5건으로 신고가 제한되니) 가능하신 분, (허위 매물) 신고 부탁드려요.”

지난달 말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 단체 채팅방에서 나온 발언이다. 아파트 실소유자 100명 이상이 가입한 이 채팅방에서는 1분에 한 건가량 ‘가격 논의’ 채팅이 이뤄졌다. 허위 매물로 신고할 가격대가 정해지자마자 “신고했습니다”란 보고가 여기저기서 툭툭 올라왔다. 한 가입자는 “다른 곳은 집주인이 담합해 집값을 1억 원씩 올린다는데 목동은 왜 부동산이 (값을) 깎으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 집값이 역대 최장기인 4년 1개월 연속 오른 가운데 부동산 허위 매물 적발 신고 건수도 사상 최대치로 늘었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허위 아닌 허위 매물’로 파악된다. 부녀회 등에서 집값을 높이기 위해 정상 가격으로 등록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매물까지 허위 매물로 신고하는 것이다. 허위 매물을 올린 중개업소는 관련 규정상 최장 14일간 포털사이트 등에 매물을 올리지 못한다.

4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8월에 부동산 허위 매물로 신고된 건수는 2만1824건이었다. 2013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월별 최대치다. 기존에 신고 건수 1위였던 올해 2월(9905건)보다 배 이상으로 많다. KISO는 “네이버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틈을 타 특정 지역 입주민들이 집값을 띄우기 위해 신고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통상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커질수록 허위 매물 신고도 늘어난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오를 때는 입주민들이 인터넷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호가 담합을 한다”며 “일정 가격 밑으로는 못 올리게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8월 서울의 허위 매물 신고 상위 지역은 양천구 송파구 동대문구 등 최근 집값이 크게 뛰고 있는 곳들이었다.

허위 매물 신고를 통한 집값 담합은 ‘옆 동네 부동산’에 매물을 올리는 행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정을 잘 아는 동네 부동산중개업소에는 부풀린 가격으로 내놓기 어려우니 인근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것이다. 본보가 입수한 목동 아파트 단톡방 내용에서도 “목동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영등포, 양평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자”는 발언이 큰 호응을 얻었다.

‘허위 아닌 허위 매물’이 늘면서 KISO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허위 매물을 걸러내기 위해 신고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집값을 부추기는 창구로 이용되고 있어서다. KISO 측은 “호가 담합 차원의 조직적 신고는 신고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발할 수 있다”며 “소비자 피해를 막는 방안을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8·27부동산대책의 후속으로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실거주 요건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일시적 1가구 2주택의 양도세 비과세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25개 구 전역을 포함한 전국 43곳의 조정지역 내 주택이 적용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다.

박재명 jmpark@donga.com·주애진 / 세종=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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