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에 전복-우럭 등 폐사, 양식장 절반은 입식신고 못해
수백억대 피해보상 제대로 못받아… 어민들, 대출상환 연장 등 호소
전남 신안군 흑산도 수온이 지난달 22일 29.1도로 평년보다 2∼3도 높게 올라간 가운데 흑산도 양식장에서 고수온에 폐사한 우럭들이 배를 드러내고 있다. 신안군 제공
신안 어민들은 이례적인 고수온 현상으로 울상이다. 양식장 284곳에서 전복 우럭 4742만 마리가 폐사해 513억 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피해 양식장 절반가량은 입식 신고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제대로 보상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
5일 신안군 흑산면 도목어촌계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도목어촌계 소속 우럭양식장 20어가는 지난달 들이닥친 고수온에 큰 피해를 입었다. 어민들은 폐사한 우럭을 공무원들과 함께 수거해 처리했다.
흑산도 어민들은 입식 신고를 할 경우 육지와 달리 최소 사나흘 넘게 걸린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어민들은 목포나 충청지역에서 우럭 치어를 사오면서 각종 서류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훈 도목어촌계장(44)은 “대부분의 어민이 각종 서류를 준비하지 못해 입식 신고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우럭 대량 폐사 피해를 입은 만큼 지원이 어렵다면 대출상환 연장 등 생계대책이라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전남도는 고수온 피해를 입은 신안 7개 읍면 전복·우럭 양식어가 284곳 중 138곳(49%)만 입식 신고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후 조사 과정에서 입식 신고 어가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는 해양수산부와 국회에 입식 신고를 하지 않은 어가를 대상으로 생계비·특별융자 지원과 융자금 이자감면, 상환기간 연장 등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9차례 건의했다. 폐사한 어패류가 확인될 경우 입식 신고를 안 했더라도 재해복구 대상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전남지역 7개 시군 497어가는 지난달 태풍 솔릭으로 428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특히 솔릭이 할퀴고 지나간 완도 전복 양식장은 쑥대밭이 됐다. 완도군은 390어가의 전복 4052만 마리가 폐사하고 다시마 2059줄이 파손돼 373억 원의 피해가 났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