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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내 떠오르는 ‘親李’… 全大이후 ‘親文의 분화’

입력 | 2018-09-06 03:00:00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취임 초반 집권여당 대표로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여권의 권력지형까지 새로 그리고 있다. ‘이해찬 사람들’이 당 전면에 나서면서 당의 중핵인 친문(친문재인) 말고도 이른바 ‘친이’(친이해찬)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친이는 구속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 인사들을 지칭하는 표현이었다.

이 대표는 5일 신임 사무총장에 최측근인 윤호중 의원(3선)을 임명하고 수석부총장, 제2부총장(조직), 제3부총장(미래소통)에 각각 김경협(재선), 소병훈 의원(초선), 김현 전 대변인을 임명했다. 윤 총장 등 이날 임명된 당직자들은 모두 이 대표의 측근들이다. 대표 취임 직후 유임시킨 김태년 정책위의장(3선)과 당시 임명한 김성환 대표비서실장(초선), 이해식 대변인을 포함해 주요 포스트가 모두 ‘이해찬 사람들’로 채워진 것. 민주당 관계자는 “사무총장 자리에는 계파색이 옅은 다른 후보가 막판까지 검토됐다. 하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 당의 살림을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여서 고심 끝에 믿을 수 있는 측근인 윤 의원을 낙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친정체제 구축이란 수군거림을 의식한 듯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김진표 의원(4선)을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송영길 의원(4선)을 동북아평화협력위원장으로 각각 위촉하기로 했다. 또 대표 경선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권칠승, 황희 의원을 각각 홍보소통위원장과 교육연수원장에 앉혔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당직 인선을 ‘절반짜리 탕평’으로 보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탕평인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돈과 인사를 담당하는 요직은 자기 사람으로 채웠다. 실권 없는 자리만 나눠 주며 탕평인사 냄새만 피웠다”고 했다.

친이 그룹의 등장은 친문 그룹이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서서히 세분되면서 2020년 총선을 목표로 당내 세력 간 합종연횡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김태년 의장과 윤호중 총장은 핵심 친문 인사로 분류되면서 동시에 이 대표의 복심으로 꼽힌다. 반면 ‘부엉이 모임’에 속했던 ‘뼈문’(뼛속까지 친문) 초·재선 의원 상당수는 전대에서 김진표 의원을 밀었던 만큼 이 대표 등장 이후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전대에서 자신을 지원했던 의원 20여 명과 4일 만찬을 함께하며 결속을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 그룹에는 당내에서 비주류로 분류됐던 이들도 적지 않다. 동교동계(DJ계) 설훈 최고위원과 이종걸 의원 등은 전대에서 이 대표를 지원하며 친이 그룹에 합류한 경우.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친이는 친문에서 단순히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세력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찾아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노동계 달래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사전에 많이 논의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이 소홀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통상임금 산입범위를 미리 정비해둔 뒤에 해야 했는데, 순서가 거꾸로 돼서 오해가 생겼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