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티슈바인 ‘캄파냐에서의 괴테’. 1787년.
티슈바인은 대대로 화가들을 배출한 독일의 유명 화가 집안 출신이었다. 베를린에서 초상화가로 활동하던 1779년, 장학금을 받고 로마로 유학을 떠났다. 고전주의 미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2년 후 돈이 다 떨어져 취리히에 정착했다가 1783년에 다시 로마로 돌아갈 수 있었다. 괴테의 추천으로 장학금을 받은 덕분이었다. 스위스에서 사귄 시인의 주선으로 이뤄진 추천이었고, 사실 두 사람은 얼굴도 본 적 없는 관계였다. 티슈바인 입장에선 괴테가 참으로 고마운 은인이었다. 1786년 9월 괴테 역시 로마로 향했다. 고대의 흔적이 즐비한 로마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함께 여행을 다닐 정도로 가깝게 붙어 지냈다. 둘 다 고전을 사랑했고, 같은 관심사를 공유했다. 여행 중 그려진 이 그림 속에서 괴테는 고대와 현대를 잇는 초자연적인 인물로 묘사돼 있다. 당시 유행하던 챙 넓은 모자와 크림색의 여행 코트를 착용한 괴테는 먼 데를 응시하며 돌 벤치에 기대어 편히 쉬고 있다. 그림 속 풍경은 로마 근교의 폐허가 된 유적지 캄파냐다. 괴테의 오른발은 현실의 땅을 딛고 있으나 코트로 가려진 비정상적으로 긴 왼쪽 다리는 고전의 세계, 즉 이상향의 세계를 향해 뻗어 있다.
이 초상화는 ‘위대한 괴테’의 지적이고 이상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훗날엔 독일의 높은 지식과 문화, 삶의 수준을 상징하는 ‘국민 그림’이 됐다. 당시 괴테도 자신이 그렇게 위대한 인물이라곤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화가 친구의 ‘위대한 보은’이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