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법 미적용’ 사유지의 딜레마
이런 ‘악성 무단주차’는 무고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견인 등 강제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즉시 조치를 하기 어려워 법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한 4층 상가 건물의 주차장 입구는 3일 오전 6시경 한 세입자가 주차해놓은 1t 냉동탑차로 완전히 막혀버렸다. 차 주인은 ‘건물주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됐다’는 내용의 글과 건물주의 휴대전화 번호를 쪽지에 적어 차량 유리창 안쪽에 놓았다. 자신의 연락처는 남기지 않았다.
공용 도로에 무단주차가 돼 있더라도 교통 흐름을 방해하거나 안전을 저해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강제 견인이 가능하다. 실제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가에는 올해 초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수개월째 골목 한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어 주민들이 성북구에 견인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는 “차주와 연락이 되고 있고 사유재산이라 당장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소방차나 구급차 등 긴급출동차량의 통행을 방해하는 경우 사유지에서도 차량을 견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인천 송도나 서울 노원구 사건처럼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소용이 없다.
설령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견인하려고 하더라도 견인업체가 잘 나서지 않는다. 차주 동의 없이 견인할 경우 나중에 민사상 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제도적 허점으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자동차 열쇠구멍에 본드를 발라둬라’ ‘바퀴에 구멍을 내라’ 등 악성 무단주차 차량 대처법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이 ‘사유지에 무단주차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4월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최지선 aurinko@donga.com·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