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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어느 국가에 청년 4000만 명과 노인 1000만 명이 살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30년 뒤 청년 2000만 명, 노인 2000만 명으로 인구구조가 바뀌었다. 청년이 부담해야 할 노인부양비는 4배로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도 A 씨는 국민연금에 가입해 30년 뒤 연금수급자가 됐다. 그러나 노인부양비가 크게 늘어 해당 연금은 재정 위기를 겪었다. 정부는 연금 삭감, 보험료 인상 등의 방법을 고민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어떤 방법도 국민 반발과 제도 불신을 회피할 수 없다. 반면 B 씨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스스로 노후를 대비해 상당한 현금과 부동산을 보유했다. B 씨의 생활이 A 씨보다 나을까?
청년인구가 절반으로 줄고 노인인구가 2배로 증가하면 일차적으로 생산 하락과 소비 증가가 발생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다. B 씨는 현금자산의 가치가 물가인상으로 하락하게 된다. B 씨 소유 부동산 등 실물자산도 노후화로 가치가 하락할 확률이 높다. 고령사회에서 스스로 노후를 준비한 B 씨도 국민연금 급여 삭감으로 피해를 본 A 씨와 마찬가지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피해는 발생 경로만 차이를 보일 뿐이다.
개인의 일생이나 사회 전체에서 볼 때 일하는 기간과 일하지 않는 기간의 시간적 균형이 점차 흐트러져 그만큼 사회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따라서 고령화의 문제는 고용과 일자리의 확대를 통해서만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문제 발생의 원인과 진단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과연 국민연금은 기금 우선주의에서 벗어나 국민의 힘든 노후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제도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정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