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청년 작가들]<14>‘한국詩의 미래’ 안희연
안희연 시인은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뜨는 학과’라는 권유로 중문과에 들어갔지만 꿈꿨던 ‘휘황찬란한 대학생활’과는 달랐다. 일찌감치 취업 준비를 하는 학생이 대부분이어서 학교 분위기는 차분했다. 활발하고 호기심 많았던 그는 ‘바깥 생활’에 나섰다. 결혼식장에서 웨딩드레스를 잡아주는 도우미를 하고 주차 도장을 찍어주는 아르바이트도 했다. 글쓰기대회 공고가 뜨면 가릴 것 없이 응모했고 숱하게 상금을 탔다. 차곡차곡 모은 돈을 여행용 통장에 쌓았고 방학 때마다 여행을 떠났다.
여행은 독서를 통해 느낀 것을 몸으로 확인한 체험이었다. 책 읽는 걸 좋아했던 그는 자신이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너무나 많은 인간과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배웠다. 시인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습작의 나날들을 보냈다. “떨어진 작품만 모아서 시집을 묶고 제목을 ‘최종심’으로 해라”라고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3년가량 최종심에서 떨어지기만 하던 그는 마침내 등단 소식을 들었을 때 수화기를 든 채 오래 울었다.
그의 시편처럼 ‘내정된 실패의 세계 속에…걷고 또 걸어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노래할 입이 있고/문을 그릴 수 있는 손이 있’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시 ‘기타는 총, 노래는 총알’) 문학에 대한 그의 믿음처럼 안 씨는 자신의 시가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끌어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