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앤드 퍼스트’전서 국내 초연작 각각 선보이는 손진책-최용훈 연출가
독특한 개성의 국내 초연작을 무대에 올리는 최용훈(왼쪽), 손진책 연출가는 “극장의 위상을 되살릴 좋은 작품을 올리려는 시도가 더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손 연출가가 고른 남아공 출신의 세계적 작가 아톨 푸가드의 ‘돼지우리’는 탈영한 병사가 전사자로 위장해 40년간 돼지우리에서 숨어 지낸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영국 신인 작가 앨리스터 맥다월의 ‘X’는 명왕성으로 간 과학자들이 우주선에 고립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탄탄한 내공을 지닌 두 연출가의 손끝에서 태어날 ‘신상 작품’은 어떨 모습일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지난달 22일 두 사람을 만났다.
―작품의 선택 기준이 무엇이었나.
▽최용훈=공연 시점에 우리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을 찾는 편이다. 전쟁, 국제 회담 등과 관련된 작품을 검토하다 이것으로 낙점했다. 국제 관계 속 고립, 생태문제, 무분별한 기술의 폐해 등 다양한 문제를 짚을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서로의 작품에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면….
▽손진책=‘X’는 바라보는 시선이 크고 멀어 한국 작가들이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최용훈 연출가 특유의 스타일과 만나면 강렬한 인상을 줄 것이라 믿는다.
▽최용훈=‘돼지우리’는 농익은 공연이 될 것 같다. 2인극이 드물고 또 힘든데 좋은 배우와 조화를 이뤄 깊이 있는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통극의 현대화나 실험적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이번에는 어떤가.
▽손진책=내 연극정신은 마당정신이다. ‘지금 여기에서 인간다운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마당정신이라고 본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문제의식이 일맥상통한다. 전통극의 현대화는 평생의 화두지만 억지로 기법이나 형식에 얽매일 생각은 없다.
―공연장의 상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손진책=공연장의 위상에 걸맞은 작품을 올리려는 기획이 이어져야 한다. 시류와 관계없이 장강같이 연극정신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생각을 싫어하는 요즘 사람들이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게 연극의 역할이다.
▽최용훈=공감한다. 좋은 의미의 ‘정통 연극’에 대한 관심과 제작이 이어졌으면 한다. 이번에 그 첫걸음을 잘 뗄 수 있길 바란다.
‘돼지우리’ 8∼22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X’ 14∼30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각 3만∼5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