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부동산]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다 보니 고객 세미나를 할 때마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을 묻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 스웨덴 이탈리아 등 주요국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는 데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이 주장은 매우 그럴듯하다. 한국은 대외 개방도가 높은 수출 중심의 산업국가로 해외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세계 주식가격이 일제히 폭락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꺾었던 경험이 선하다. 그럼 우리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일만 남았는가.
물론 한국이 예외일 수 있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뿐 아니라 홍콩이나 일본 등 아시아 선진국 부동산 가격을 조사해 봐도 마찬가지다. 홍콩만 잠시 조정 받았을 뿐 일본이나 한국 부동산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더 나아가 부동산 시장의 역사적인 전개과정도 모두 제각각이다. 홍콩은 1997년 중국으로의 반환 이후 큰 폭 하락했다가 2003년부터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탔다. 반면 일본은 1990년 이후 2010년대 초반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다, 아베노믹스가 시행된 다음부터 상승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그 이유는 부동산이 이른바 ‘대체자산(Alternative Asset)’으로서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자산이란 주식이나 채권 같이 표준화되기 어려운 자산이다. 부동산은 일단 ‘입지’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 필자는 차 없이 사는 이른바 ‘뚜벅이족(族)’이기에 많이 걸어 다니는 편이다. 걷다보면 큰 도로의 한쪽 편은 오피스 빌딩과 번화한 상점이 즐비하지만 건너편에는 밤에 불하나 제대로 켜지지 않은 상가가 공존하는 곳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듯 부동산은 입지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부동산 시장 흐름에 대해 관심의 끈을 놓을 필요는 없지만 몇몇 나라에서 발생한 가격 하락이 다른 나라에서도 일반화될 것이라고 쉽게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