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맥주는 라거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실 라거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국내 대기업에서 만든 맥주는 모두 라거였으니까요. 그 중에서도 라이트 라거입니다.
라거가 맛이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사실 라거는 맛있습니다. 청량감과 깔끔한 맛이 라거의 강점이죠. 하지만 세상에는 라거 외에도 맛있는 맥주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이 책 ‘Craft Brew(BOOKERS)’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세계 최고 브루어리들의 수제맥주 레시피를 담았습니다.
수제맥주는 세계 맥주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주인공이 되어보지 못했던 미국에서 발화했습니다. 획일화되고 대량생산화된 맥주산업의 틀을 깨고자 했던 소수의 ‘저항군’들이 집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개성적인 맥주도 탄생했습니다. 쓴맛을 최대치로 늘린 미켈러의 1000 IBU, 무려 50도의 높은 도수를 지닌 브루독의 맥주가 좋은 예입니다.
맥덕이 아니어도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수제맥주 만들기. 이 책은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도구를 사용해 맥주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뭐 꼭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온 몸의 세포들이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맥주! 맥주!”를 외치는 것만 같습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