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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국해양대, 총장 사퇴 둘러싸고 내홍

입력 | 2018-09-07 03:00:00

교육부 발표 자율개선대학 탈락 후… 교수회 “박한일 총장 사퇴” 촉구
거부땐 비상대책위 꾸려 대응키로




국립한국해양대가 총장 사퇴를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였다.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 결과 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하자 교수들이 “박한일 총장이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나선 것이다.

한국해양대 교수회는 지난달 28일 구성원을 대상으로 총장 사퇴 찬반투표를 벌였다. 안식년, 해외 교류 등으로 자리를 비운 교수를 제외한 260명 중 213명이 참가해 72.3%인 154명이 사퇴에 찬성했다. 56명(26.2%)은 반대했고 3명은 기권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3일 총 323개 대학의 기본역량 진단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한 86곳 가운데 66곳이 한국해양대처럼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됐다. 나머지 20개교는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결정됐다. 국립대 중 역량강화대학 평가를 받은 곳은 한국해양대 경남과학기술대 한경대 순천대 등 4곳이다. 이들 대학은 앞으로 3년간 정원의 10%를 감축해야 하고 재정 지원을 일부 제한받는다. 박진성 순천대 총장이 3일 평가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최석윤 교수회장(해양경찰학과)은 “대학이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이라 과감한 개혁과 혁신이 필요한데 내부 구성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총장은 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3년 이후에 있을 교육부 평가마저 잘 못 받는다면 대학이 존폐 위기에 몰릴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회는 조만간 학생회, 교직원 등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총장 퇴진운동을 본격 시작할 방침이다. 동문회와 동문이 기관장으로 있는 기관에도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다. 대결이 장기화되면 총장실 점거 등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우려도 없지 않다.

한국해양대 직장협의회와 국공립대학노조 한국해양대지부도 지난달 말 직원 230명을 대상으로 총장 사퇴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벌이다 잠시 중단했다.

직장협의회 관계자는 “총 3일간 투표를 하기로 했는데 참여율이 너무 낮아 하루만 한 뒤 일단 중단키로 했다. 아무래도 직원들이 투표에 부담을 가지는 것 같아 내부 논의를 좀 더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생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총장 사퇴와 관련해 논의를 하기 위해 2학기 개강 첫날인 3일 각 단과대학 대표 등으로 구성된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열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방학 중이어서 이 사안에 대해 많은 학생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만큼 이날 특별한 결정을 내린 것은 없다. 매우 중요한 사안인 만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앞으로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교수, 교직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거나 이메일로 사과와 함께 자신의 입장을 담은 서한을 보내고 있다.

대학 홈페이지에는 ‘총장으로서 머리 숙여 사죄한다. 학습 역량 지원을 비롯한 강의 개선, 학생 지도 부분 등에서 부족함이 있었다는 점은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썼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