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금융자본 시너지 현장 르포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의 한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이와키리 아이 씨가 인터넷전문은행 ‘이온뱅크’ 계좌에 있는 돈을 찾고 있다. 계좌에는 이온뱅크 모기업이 운영하는 마트를 이용하면서 적립한 포인트가 현금으로 쌓여 있었다. ATM 화면에 입금, 출금, 송금 수수료가 무료라고 쓰여 있다. 도쿄=김성모 기자 mo@donga.com
일본은 정보통신기술(ICT), 유통, 통신, 전자 등 다양한 업종의 대기업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어 ‘금융 혁신’을 이끌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인터넷은행 관계자들은 “일본 인터넷은행들은 모기업을 발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다양한 업체가 진출한 만큼 상품과 서비스도 각기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지분뱅크는 대주주인 통신사 KDDI를 발판으로 고객을 끌어모았다. 요시카와 도루 지분뱅크 이사는 “통신사 영업점에서 지분뱅크 서비스와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KDDI 고객 3000만 명 중 200만 명이 은행 고객이 됐다”고 말했다. 지분뱅크는 KDDI의 기술을 결합해 인공지능(AI)으로 1시간, 1일 단위로 환율을 예측해 외화예금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늘면서 ‘이자 장사’를 하지 않고도 돈을 버는 은행까지 생겨났다. 세븐일레븐이 설립한 인터넷은행 세븐뱅크는 금융 당국에서 대출 관련 허가를 받지 못했다.
설립 초기 조만간 문을 닫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세븐뱅크는 일본 전역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망을 활용해 획기적인 서비스를 내놨다. 고객들이 편의점에 설치된 2만3000여 대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365일 24시간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ATM에는 12개 언어 서비스와 외화 송금 기능도 탑재했다. 다른 은행들도 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대신에 사용료를 받았다. 현재 세븐뱅크의 수익에서 이와 같은 사용료를 포함한 비이자 이익은 95% 이상을 차지한다.
일본 핀테크매체 ‘닛케이핀테크’의 하라 다카시 편집장은 “현재 일본에서 영업 중인 은행은 130개가 넘지만 일본 정부는 인터넷은행을 등장시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내게 했다”며 “이 같은 노력에 일본의 인터넷은행 산업은 6년 동안 2배 이상 성장했고 관련 일자리도 2배 가까이로 늘었다”고 말했다.
도쿄=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