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사 김정권 중사 가족품으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가 6일 경남 통영에서 열린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에서 6·25전쟁에서 전사한 김정권 이등중사의 유골 신원 확인 과정을 아내 이명희 씨(앞줄 왼쪽) 등 유가족에게 설명하고있다. 국방부 제공
6·25전쟁에서 산화한 국군 용사가 68년 만에 그리던 아내의 품에 안겼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6일 김정권 이등중사(전사 당시 23세)의 유품을 부인 이명희 씨(89·경남 통영) 등 유족에게 전달하는 호국 영웅 귀환 행사를 가졌다고 밝혔다.
군 유해발굴단은 김 이등중사의 참전 경로와 유해 수습 과정을 유족에게 설명한 뒤 전사자 신원 확인 통지서 및 국방부 장관 위로패와 단추, 칫솔 등이 담긴 유품함을 전달했다.
1928년 경북 의성군에서 4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고인은 1946년 이 씨와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당시 일본에서 막 유학을 끝내고 돌아와 한국말이 서툰 아내를 위해 밤마다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쳐줄 정도로 자상한 남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그는 가족을 데리고 피란길에 올랐다가 갓 태어난 아들을 등에 업은 아내와 눈물을 쏟으며 헤어진 뒤 국군에 입대했다. 이후 경북 경산, 영천 일대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1사단에 배치된 그는 낙동강 방어선 전투와 평양 탈환 작전에 참여하면서 부대를 따라 평북 운산 지역까지 진출했다.
군 유해발굴단은 지난해 10월 경기 파주시의 박달산 무명고지에서 그의 유해를 발굴해 유전자(DNA) 정밀 감식과 전사자 조회 등 신원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올해 7월에 고인의 아들인 김형진 씨(68)가 8년 전 통영보건소를 통해 군에 제출한 DNA 시료와 유해의 DNA 시료가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해 이를 유족에게 통보했다.
아들 김 씨는 “지금까지 수습된 1만여 명의 전사자 가운데 유족과 DNA가 일치해 신원이 확인된 경우는 아버지를 포함해 129명뿐이라고 들었다”며 “확률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 같은 부친의 귀환이 정말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서 “군에서 부자(父子) 관계로 확인됐다고 통보한 날(7월 5일)은 내 생일이자 아들의 생일이었다”며 “신기하게도 아들과 손자의 생일에 아버지가 돌아오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인 이 씨도 “남편이 이제라도 돌아와 줘서 고맙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군은 전했다. 김 이등중사의 유해는 유족과 협의를 거쳐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