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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홋카이도 지진

입력 | 2018-09-08 03:00:00


도시를 수놓은 불빛들이 순식간에 꺼지더니 온 세상이 암흑천지다.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 같은데 실제 상황. 6일 새벽 홋카이도 삿포로를 강타한 지진(진도 7)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순간의 영상이다.

▷홋카이도 전역에 지진으로 블랙아웃이 발생한 것은 이 섬의 역사상 처음이다.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태풍 지진이 적게 발생하는 지역으로 알려졌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전기와 더불어 가스 통신 같은 생활기반시설도 죄다 마비되면서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어제 정부 발표에 의하면 18명이 사망하고,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 아쓰마를 중심으로 24명의 실종자가 집계됐다. 올여름은 일본에 유난히 가혹했다. 홋카이도 지진 전날, 슈퍼 태풍 제비의 영향으로 오사카 간사이 공항이 폐쇄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7월엔 기록적인 장대비가 서일본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200명 넘는 목숨을 앗아갔다.

▷웬만한 국가라면 거의 패닉 상태에 이를 상황이지만 자연재해 대비 강국답게 일본은 차분하게 대처하는 모습이다. 가장 우려하는 것이라면 수도권과 서일본 앞바다에 자리한 난카이(南海) 해구 근처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 지진. 지진 예측 확률을 발표하는 정부기구인 지진조사위원회는 올 2월 “난카이 해구서 향후 30년 안에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80%로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수도권 직하(直下)형 지진이 발생할 경우 경제 피해는 220조 엔, 희생자는 32만 명이 넘을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 사회는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라며 다양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일본 최북단에 자리한 홋카이도는 청정한 대자연의 매력으로 많은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관광지다.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한 미식의 고장으로 알려지면서 요즘은 ‘먹방 여행’을 통해서도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번 지진에 신치토세 공항의 국제선 항공편이 끊기면서 한국 관광객 500여 명도 발이 묶였다. 여름이면 보랏빛으로 물든 라벤더 천국, 겨울이면 투명한 눈의 왕국이 끝없이 펼쳐지는, 그 섬에 더 큰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