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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자 별’ 충돌 때 나오는 다양한 신호로 우주비밀 캔다

입력 | 2018-09-10 03:00:00

주목받는 ‘다중신호 천문학’




다중신호 천문학에선 중력파와 우주전파를 모두 활용한다. 멀리 떨어진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을 동원하는 초장기선 간섭 관측법(VLBI)도 자주 동원된다. 사진은 미국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에 자리한 ‘서브미터’ VLBI 관측 장비의 모습. 스미스소니언 천문대 제공

2016년 과학계가 발표한 ‘중력파’ 실증은 과학기술계가 이룬 가장 역사적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국내 과학자들을 포함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쌍성계를 이루고 있던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합쳐져 새로운 블랙홀이 만들어졌고, 이때 생성된 강력한 중력 파장이 지구까지 전달된 것을 탐지해냈다. 인류가 처음으로 중력파를 인위적으로 감지해낸 첫 번째 사례다. 이후 중력파는 우주를 관찰하는 인류의 새로운 눈이 됐다.

중력파를 감지할 수 있게 된 인류는 이후 우주에서 온 중력파를 계속해서 수신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8월, 우주에서 찾아온 또 다른 중력파는 조금 특별했다. 이번엔 블랙홀이 아니라 거대한 별이 붕괴된 후 남은 고밀도의 ‘중성자 별’ 두 개가 충돌하며 발생한 중력파였다. 1억3000만 광년 떨어진 은하(NGC 4993)에서 발생한 이 현상에 대해 과학계에선 GW170817이란 이름을 붙였다.

당시 8월 17일 오후 9시 41분(한국 시간), 미국과 유럽의 지상 중력파 검출 시설에 한 짧은 중력파가 처음 포착됐고, 이어 2초 뒤 엄청난 에너지 분출을 알리는 감마선 신호가 역시 짧게 포착됐다. 이후 연달아 다양한 전자기파(X선, 가시광선 등) 신호도 전달돼 들어왔다. 전 세계 45개국의 3500여 과학자가 동원됐다. 중력파 검출 시설 3곳, 그리고 전파 천문관측소 70여 곳, 우주망원경 7대가 협력을 겸한 관측 경쟁에 들어가면서 수없이 많은 데이터를 얻었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얻은 신호가 우주에 금이나 납 같은 무거운 원소의 생성 비밀을 밝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고 곧 집중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천체가 붕괴하면 중력파를 포함해 다양한 신호를 내놓는데, 이런 현상을 이론으로는 ‘킬로노바’ 현상이라고 부르며 당시 관측을 통해 처음 입증됐다.

특히 GW170817을 놓고 물리학, 천문학 분야 전문가들은 또다시 새로운 우주탐사 기법을 고안해 냈다. 다양한 신호를 제각각 분석하고 비교하면 기존의 한 가지 신호로만 우주를 분석했던 것과 비교해 전혀 알지 못하던 새로운 사실을 분석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GW170817이 이른바 ‘다중신호 천문학’의 시발로 보기도 하는 까닭이다.

GW170817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이 당시 수집된 신호를 이용한 과학적 연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엔 GW170817에 따른 새로운 분석 결과도 제시됐다. 미국 국립 전파우주관측소 연구진은 GW170817 관련 신호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는데, 중성자 별 2개가 충돌하면 수많은 입자나 파편, 신호 등이 빠른 속도로 튀어나오는 현상을 분석하고 이를 보고서 형태의 논문으로 제출했다. 연구진은 별이 합병되면서 다양한 물질이 쏟아져 나오는 ‘제트’의 일부가 계산상 빛보다 최대 4배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점을 확인하고, 그 원인 역시 분석했다. 물론 이는 불가능한 현상이다. 빛보다 속도가 빨라지면 시간 축이 변할 뿐, 물리적으로 그보다 빨라지진 않는다. 그러나 관측 결과만 단순히 놓고 보면 실제로 빨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겉보기 속도’라고 부른다. 연구진은 “이번 겉보기 속도 계산 과정에서 제트의 속도, 우주 전파의 발생 조건 등 다양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중력파 연구전문가인 강동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중천문학은 우주를 이해하는 좋은 수단이며, 이번 연구 성과도 그 같은 접근의 일환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