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까talk]텍스트 갈망하는 ‘비디오 디톡서’
비디오 디톡서들이 찾는 텍스트 콘텐츠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실용적인 글과는 결이 다르다. 같은 정보라도 문학적 감수성을 더하거나 개성 있는 체험이나 통찰을 살려 정리한 글이 많다. 굳이 따지면 블로그보다 진중하고 전문서적보다 알기 쉽다.
이들은 하나같이 이런 글을 찾는 이유로 ‘대충 쓴 영양가 없는 글이나 광고·홍보 성격이 짙은 콘텐츠에 지쳤다’고 입을 모았다. 회사원 박자영 씨(27)는 “출퇴근 자투리 시간에 의미 없는 글이나 영상을 보며 시간을 헛되이 쓰는 게 싫었다”며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밀도 있는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느껴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이성수 씨도 “무한대로 쏟아지는 3분 내외 동영상들은 보고 나서도 남는 게 없고, 답답하기만 했다”고 토로했다.
이런 수요가 급증하면서 ‘긴 글 전용 온라인 플랫폼’들도 최근 크게 성장하고 있다. 2015년 시작한 ‘브런치’는 글을 게재할 권한이 주어지는 작가가 되는 자격이 까다롭다. 현재 2만여 명의 작가를 보유하고 있는데, 미리 글들을 심사해 퀄리티를 유지한다. ‘퍼블리’는 비교적 현장 전문가를 저자로 섭외해 기획단계에서 예약 펀딩을 받거나 정기결제를 통해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공급한다. ‘스티밋’은 저자에게 독자의 추천 수에 비례해 일종의 가상화폐인 ‘스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공신력을 끌어올린다.
이들 플랫폼은 이용자 환경도 긴 글 애호가들의 취향에 맞춰져 있다. 브런치의 허유진 담당 디자이너는 “독자 입장에서 긴 글이 잘 읽히도록 문장과 문단의 여백, 행간의 차이, 글자의 두께, 자간 등을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이제 수준 있는 긴 글의 인기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인기 있는 콘텐츠는 책 출간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최근까지 박창선 작가의 ‘디자이너 사용설명서’ 등 총 900여 권이 이런 방식을 거쳐 출판됐다. 브런치 관계자는 “작가들이 지속적인 창작과 출간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주문형 출판서비스 등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도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윤경 yunique@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