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이지영-소프라노 윤인숙, 1월 별세 황병기 선생 추모 공연 18, 19일 이틀간 국립극장서 열려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가야금연주가 이지영 씨(왼쪽)와 소프라노 윤인숙 씨. 두 사람은 “‘미궁’은 지금까지도 그 전위성이 유효한 작품”이라며 “황병기 선생은 울고 웃고 작품을 쓰다 ‘미궁’의 피날레처럼 ‘아제 아제 바라아제’ 하며 떠나신 것 같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올해 1월 별세한 가야금 명인을 기리는 공연 ‘2018 마스터피스―황병기’를 통해서다. 개막곡 ‘미궁’은 특히나 다른 이의 손을 탄 적이 없다. ‘침향무’ ‘숲’ ‘비단길’ 등 황 선생의 다른 곡이 가야금의 새 고전으로 후학들에 의해 연주되는 동안, 유독 즉흥성과 기괴함이 유별난 ‘미궁’만은 1975년 초연 이래 작곡자인 황 선생이 직접 연주했다.
무거운 짐을 넘겨받은 가야금연주가 이지영 서울대 국악과 교수(53)와 윤인숙 소프라노(71)를 10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연주법도 독특하거니와 악보조차 없어 대단한 도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극장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이 당황했어요. 연주해본 적도, 가르침 받아본 적도 없는 곡이었으니까요. ‘가르쳐달라고 졸라볼걸’ ‘공연하실 때 자세히 볼걸’ ‘아, 무엇보다 생전에 잘해 드릴걸’….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고 황병기 선생의 ‘미궁’ 앨범. 동아일보DB
윤인숙 소프라노는 목소리를 맡는다. 원작에서 무용가 홍신자 씨가 담당한 부분이다. 울다 웃다 신문기사를 읽다 신음하다 끝내 반야심경을 읊는 소리는 현대인의 고독과 광기, 해탈을 그린 드라마다. 인간 소리와 귀곡성을 오가는 절창이자 열연이다. 윤 씨는 1999년부터 지난해 마지막 공연까지 황 선생의 ‘미궁’ 파트너였다.
“처음 ‘미궁’을 공연할 때는 우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왜 퍼질러서 울지 못하냐’ ‘인생 살면서 제대로 운 적이 없느냐’…. 황 선생께 하도 야단을 맞아서 무대에서 어머니 돌아가신 기억을 떠올렸는데 그만 설움이 북받쳐 울음을 멈추지 못했죠.”
“윤 선생과 황 선생 모두 민족의 소리를 바탕으로 세계인을 공감케 한다는 예술론을 갖고 계셨어요. ‘미궁’에도 그 영향이 있지요.”
윤 씨는 올해 ‘한국민족성악연합회’를 창설해 남북 성악가가 머리를 맞대는 장도 마련할 계획이다. 초연 당시 관객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다는 이야기부터 자정에 세 번 들으면 죽는다는 괴담까지. 발표 후 43년이 지났지만 국내 음악계에 단일곡으로 ‘미궁’만 한 충격파를 던진 작품은 아직 없다.
공연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18일 오후 8시에는 ‘미궁’을 필두로 ‘침향무’ ‘비단길’ 등 실내악 작품이, 19일 오후 8시에는 가야금 협주곡 ‘밤의 소리’ 등 관현악 작품이 연주된다. 4만, 5만 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