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집값 안정 위해 해제 요청 환경단체는 “절대 불가” 반대 회견 박원순시장 ‘유지 소신’ 지킬지 주목
환경단체들의 연합인 한국환경회의 소속 회원들이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서울지역 그린벨트의 일부 해제를 추진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녹색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한국환경회의 소속 활동가 20여 명은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추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환경회의는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의 환경 관련 시민단체 42곳이 연합한 단체다.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회견에서 “부동산 시장 과열 논란이 있을 때마다 그린벨트가 해제돼 왔지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주변 지역 투기를 조장했다는 게 중론”이라며 “그린벨트 해제는 주택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 당시 그린벨트를 해제했을 때도 수도권 땅값이 요동쳤고 이명박 정부에서 그린벨트를 풀어 만든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세곡동 아파트는 서민이 살 수 없는 초고가 아파트가 됐다”며 “심지어 이번에는 명목상 서민을 위한 주택도 아닌 투기자본의 욕구 해소를 위한 해제”라고 비판했다. 또 “녹지 공간이 적은 곳에 사는 사람은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8% 증가한다는 지난해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 결과가 있다”며 “폭염과 한파가 점점 심각해지는 수도권은 녹지를 오히려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서울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집값을 진정시킬 방책으로 대규모 주택 공급을 꺼내든 정부와 여당이 서울시를 향한 그린벨트 해제 압박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 보전해야 할 자산”이라는 시정 철학을 고수해 왔다. 시는 7월 국토부의 신혼부부 주거지원 방안 발표 때 불거졌던 그린벨트 해제 언급에도 “기존 시가지 내에서 공급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며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6일 오후 박 시장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40여 분간 가진 비공개 차담(茶啖)을 두고 양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그린벨트 해제를 설득하는 자리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오가는 등 그린벨트를 둘러싼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10일 “기존 도심에서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충분치 않으니 그린벨트 해제를 고려해 달라는 요청이 여러 방면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구체적인 검토에 착수하지는 않았다”며 “최대한 시내 유휴지 안에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린벨트 해제 여부는 현재 시민들의 찬반은 물론이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 효과를 두고 의견이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지역 내 그린벨트는 서초구(23.88km²), 강서구(18.92km²), 노원구(15.90km²) 등 총 19개 구에 149.13km² 규모로 지정돼 있다. 그린벨트 해제 권한은 기본적으로 국토부 장관에게 있지만 2016년부터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면적 30만 m² 이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권한은 해당 시도지사에게 위임됐다. 또 법적으로 국토부의 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사전 협의해야 한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