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3>‘대구바닷가재’ 박종문 대표
박종문 대구바닷가재 대표는 “바닷가재는 고급 코스 요리 메뉴로 여겨지지만, 동일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의 포장배달 상품을 통해 집에서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로 대중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바닷가재 배달점포인 ‘대구바닷가재’ 가게엔 스탠딩 배너가 있다. “전라도 남자와 충청도 여자가 결혼해 대구서 애 낳고 이렇게 랍스터 장사를 합니다.” 적힌 대로 박종문 대구바닷가재 대표(39)는 전북 부안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의 대형 웨딩업체에 취직해 충청도 출신 여성과 사내연애를 하다가 결혼했다. 웨딩업체가 대구점을 열면서 그는 대구에 자리 잡았다.
300여 m² 규모의 연회장을 운영하면서 매출은 컸지만 이윤은 남지 않아 실패로 귀결된 일을 겪다 보니 박 대표는 ‘작지만 남는 장사’를 하고 싶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했고, 바닷가재를 ‘배달’하기로 결정했다.
‘대구바닷가재’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500∼550g 바닷가재 찜요리를 2만7000원에 판매한다. 여기에 양상추 샐러드와 피클, 드레싱이 더해진다. 일반 음식점 가격이 4만 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살아 있는 가재이고, 캐나다산입니다. 캐나다의 바닷물이 차가워서 캐나다 가재가 미국 가재보다 껍데기가 두꺼워요. 그만큼 살이 꽉 차 있고 맛있습니다.” 1인 매장이어서 인건비 부담이 없는 데다 임차료가 낮아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으로 조성된 청년몰 ‘DO YOU 청춘’에 입점해 임차료 지원을 받은 것도 덕을 봤다. “아버지 기일이어서 고향행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청년상인 지원 모집) 현수막을 봤어요. 접수 마감 전날이었죠. 이렇게 선정돼서 청년몰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도와주신 것 같다면서 웃음 지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인터넷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바닷가재를 손질하고 직접 쪄서 집까지 배달해준다는 풀코스 전략도 통했다. 가재를 다루는 게 서툴렀던 초반엔 가재의 집게발에 손가락이 찢겨 피가 솟기 일쑤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요령이 생겼다. 사업을 한 지 2년도 채 안 돼 연 매출이 2억 원을 내다볼 정도로 대박이 났다. 자연스러운 얘깃거리를 만들어보겠다고 세운 가게의 스탠딩 배너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고객이 늘어났고 “나도 전라도 사람”, “부인은 충청도 어디가 고향이냐”고 물어보는 단골도 생겼다.
박 대표의 명함엔 ‘대구바닷가재 본점’이라고 적혀 있다. 그의 매장은 대구 달서구에 있으며 수성구에 분점이 있다. 이름만 대구바닷가재 수성점일 뿐 로열티를 받지 않는다. 경험으로 얻은 것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다. “20대 청년이 일을 배우고 싶다고 찾아왔어요. 손질하는 법, 매장 관리법 등을 알려주고 가게 장소도 같이 보러 다녔어요. 그 친구가 수성점을 내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창업하려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상생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청년들을 돕고 싶습니다. 구역상 고객이 겹치지도 않을 것 같고요(웃음).”
대구=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