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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美 2차 정상회담, ‘싱가포르 이벤트’ 재탕은 안 된다

입력 | 2018-09-12 00:00:00


미국 백악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요청을 받고 “우리는 이에 열려 있고, 이미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라 샌더스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2차 북-미 정상회담 전망과 관련해 “올해 어느 시점에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가 고위급 협상을 넘어 연내 정상 간 2차 담판으로 직행하는 분위기다.

멈췄던 북-미 대화가 재가동되는 과정을 보면 흡사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어진 상황을 다시 보는 듯하다. 1차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 취소 통보 이후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김정은 친서가 인편으로 워싱턴에 전달되면서 되살아났다.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 방북 이후 김정은 친서가 미국에 전달되면서 대화가 재개됐다. 앞으로 고위급회담, 실무회담 등 다양한 협상을 거쳐야 하겠지만, 벌써부터 ‘10월 워싱턴’ 유력설이 나오는 등 관심은 정상회담으로 옮겨갔다.

아직 비핵화 프로세스에 들어가지도 않은 터에 또다시 정상 간 담판으로 해결하는 톱다운 방식이 굳어지면 앞으로 북한은 동결, 검증, 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단계마다 이런 ‘독특한 방식’을 요구할지 모른다.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둘(자신과 김정은)은 모두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며 의욕을 앞세우고 있다. 이래선 화려한 쇼 뒤에 허점투성이 공동성명만 남긴 ‘싱가포르 이벤트’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외교는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물론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미국 행정부가 그리 허술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미국 정보기관은 여전히 북한이 올해 5∼8개의 새로운 핵무기를 생산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결국 치밀한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신고와 동결 같은 분명한 조치를 받아내야 한다. 그래야 트럼프 대통령의 귀만 사로잡으면 못할 일이 없다는 김정은의 착각도 바로잡을 수 있다.

우리 정부라고 중재자만 자처해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어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 핵실험장과 미사일시험장 폐쇄 등을 들어 “실천적 조치로 성의와 진정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북-미 정상 간 통 큰 구상과 대담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분위기 조성용 유화 메시지겠지만, 특사단이 전한 김정은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듯한 발언이 자칫 김정은의 오만을 부추기지나 않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