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관리 곳곳 구멍… ‘통상 잠복기’ 끝나는 12일이 1차 분수령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3년 만에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광주 서구보건소 직원들이 유스퀘어버스터미널에서 휴대용 방역기로 소독을 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택시 내부 검사 없이 ‘셀프 소독’
보건 당국은 8일 A 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자 그를 인천국제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까지 태운 택시를 수배했다. 이 택시 내부는 A 씨가 7일 귀국한 뒤 격리 전까지 가장 오랜 시간(1시간 40여 분) 머문 공간이다. 내부 검사와 소독은 필수였다.
하지만 담당 방역관은 택시 운전사 B 씨에게 락스와 물을 섞은 소독약을 전달해 직접 소독하도록 했다. 이에 B 씨는 방역관의 말대로 소독약을 휴지에 묻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택시 안팎을 닦았다. B 씨의 아내는 이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방역관에게 전송했다. 소독을 완료했다는 증거 자료였다. 이 과정에서 B 씨와 아내는 보호복을 입지 않았다.
B 씨 거주지의 보건소 관계자는 “규정대로 하면 이웃의 눈에 띄어 B 씨가 메르스 환자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는 데다 방역관이 자칫 격리 대상이 될 수 있어 B 씨 스스로 소독하게 했다”며 “추가 소독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곳으로 차를 옮겨 소독할 수 있는 데다 방역관이 보호 장비를 갖추면 격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없어 보건소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당국은 택시를 소독하기 전 손잡이 등에서 검체를 채취하지도 않았다. A 씨가 내린 뒤 이 택시에선 24건의 카드 결제가 있었다. 당국은 이 중 22건에 해당하는 승객 25명과 연락이 닿아 조만간 일상접촉자(비격리)로 분류할 예정이다. 나머지 2건의 승객은 연락이 안 됐다. 만약 택시가 바이러스에 심하게 오염됐다면 이 승객들을 격리 조치하는 게 맞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이를 확인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했다. 현재 승객 25명은 특별한 이상이 없는 상태다.
○ 12일이 확산 여부 1차 분수령
A 씨가 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될 때 이용한 구급차는 운전석과 환자석이 미닫이 유리창으로만 차단된 일반 구급차였다는 점도 새롭게 확인됐다. 당국은 사건 초기 외부로 공기가 전혀 새어 나가지 않는 음압 구급차를 이용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다만 당국은 운전자가 당시 전신 보호복을 입고 있어 메르스 대응 지침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A 씨는 현재 고열과 폐렴 증세가 낫지 않고 있지만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는 기침을 할 때 나오는 침방울로 주로 전파돼 A 씨의 전염력은 강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10일 오후 6시 기준으로 A 씨와 접촉한 429명(밀접 21명, 일상 408명) 중 고열 등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인 10명을 검사한 결과 8명을 음성으로 최종 확진했고 나머지 2명은 추가 검사 중이다. 메르스의 잠복기는 최장 14일이지만 통상 5일 안에 증상을 보인다. A 씨가 귀국한 지 닷새가 되는 12일이 이번 메르스 사태의 1차 분수령인 셈이다.
당국은 A 씨와 같은 항공기에 탄 외국인 30명과 한국인 1명 등 31명의 행방을 여전히 확인하지 못해 경찰청 위기관리센터에 협력을 요청했다. A 씨가 귀국 전 21일간 머문 쿠웨이트에는 61명(밀접 13명, 일상 48명)의 접촉자가 있지만 아직까지 메르스 환자는 추가로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