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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유출문건 없앤뒤… 뒤늦은 수색영장 발부

입력 | 2018-09-12 03:00:00

檢, 유해용 前대법연구관 압수수색… “두번 기각하자 하드디스크 파기”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재임 때 대법원 재판 합의 과정이 담긴 문건 등을 무단 반출해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해 온 유해용 전 수석연구관(52)의 사무실을 검찰이 11일 뒤늦게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의 유 전 수석연구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일부 문건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10일 대법원에서 반출된 문건을 확보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대부분 기각하고, 통합진보당 소송 관련 문건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을 허용했다.

앞서 검찰이 유 전 수석연구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검찰은 유 전 수석연구관이 10만 건 이상의 5년 치 대법원 기밀 문건을 가지고 나왔다고 보고 있다. 유 전 수석연구관이 유출한 대법원 자료로 사건을 수임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이 압수수색할 당시 유 전 수석연구관의 사무실 PC는 본체는 있었지만 하드디스크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수석연구관은 하드디스크를 빼내 가위와 드라이버 등으로 파기한 뒤 자택 근처의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검찰은 유 전 수석연구관을 12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유 전 수석연구관은 압수수색이 끝난 뒤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영장이 발부된 사건번호 외에 다양한 검색어를 입력하는 등 별건 압수수색의 의도가 명백했다”고 주장했다. 또 “스트레스가 극심해 어차피 법원에서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만큼 폐기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앞서 유 전 수석연구관은 법원이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지만 죄가 되지 않는다”며 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하자 6일 대법원에서 가져온 문건을 파쇄하고, 파일을 지웠다. 대법원은 유 전 수석연구관의 문서를 영구보존하려고 했으나 지워진 사실을 알고 굉장히 불쾌하게 여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개인으로서 쓴 것이 아니라 수석연구관으로서 쓴 것이기 때문에 공공기록물인 것”이라며 “영장의 대상이 되고 있는 걸 명백히 알고 있는데도 문건과 하드디스크를 고의로 파기한 것은 명백한 수사 방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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