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경두 합참의장(오른쪽) 등 참석 지휘관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그 효과는 ‘연전연승(連戰連勝)’으로 입증됐다. 이스라엘군은 2차 중동전쟁(1956년) 개시 8일 만에 이집트군을 굴복시켰다. 다얀 장관이 진두지휘한 3차 중동전쟁(1967년)도 6일 만에 이스라엘의 압승으로 결판을 내 ‘6일 전쟁’의 신화를 썼다. 공군과 기갑전력으로 이집트와 요르단, 시리아의 허를 찌르는 과감하고 치밀한 선제공격을 감행한 것이 주효했다.
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이기도 했다. 그의 딸은 3차 중동전쟁에 일선 부대 병사로 참전했다 전사했고, 그 자신도 지휘관 시절 적의 총탄에 왼쪽 눈을 실명했다. 후방에 편히 앉아 부하들만 전장에 보내려는 지휘관을 적보다 경멸하고 엄히 다스린 그를 군과 국민은 신뢰하고 존경했다.
국방장관은 군 통수권자의 위임을 받아 군과 안보를 책임지는 자리다. 중대한 안보 위기 때에는 그의 판단과 후속 조치가 전쟁의 승패는 물론이고 국가 존립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주변 4강에 둘러싸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씨름하는 대한민국의 국방수장의 책임과 역할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른 어떤 자리보다 높은 수준의 자질과 역량, 도덕성이 요구되지 않을까 싶다.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 유화 무드가 지속되면서 정부는 안보 문제에 한시름을 놓는 모양새다. 연말 발간될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이 적’이라는 문구 삭제를 검토하고, 최전방 감시초소(GP) 시범 철수와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에 속도를 내는 데서 그 기류가 뚜렷이 감지된다. 서둘러 종전선언을 하면 되돌릴 수 없는 평화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팽배한 것 같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와 기습 전력의 후방 배치 등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된 평화선언과 몇 차례의 정상회담으로 북한의 실존적 위협이 가려질 순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미중 패권 대결과 역내 군비 경쟁의 가속화 등은 한반도 주변의 안보정세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4년 만에 공군 출신으로 차기 국방수장에 발탁된 정경두 장관 후보자(현 합참의장)에게 비상한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정 후보자는 합참의장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미 항모 강습단이 북방한계선(NLL) 인근 동해 최북단까지 올라가 대북 무력시위를 한 것도 그의 제안이었다고 한다. 북한의 대남 평화전술의 허와 실을 가려 빈틈없는 안보태세를 이끌 적임자라는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반면 그의 직무 수행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보다 전향적 화해 공세로 군사분계선(MDL) 인근 비행정찰금지구역 설정과 재래식 군축 등을 밀어붙일 것이다. 정부가 이를 덥석 물지 않고, 안보에 미칠 영향을 철두철미하게 따지도록 하는 것이 국방수장의 역할인데 대북 유화 기조가 심화될수록 그 역할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