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채은성의 반전 스토리 효천고 때 전국대회 8강이 최고… LG 입단 후 자리 못 잡고 입대 올 시즌 20홈런-100타점 물 만나… “가을야구서 더 높이 날고 싶다”
LG 채은성. 동아일보DB
2009년 세 자릿수 등번호를 달고 입단한 신고 선수는 5년이 지난 2014년에야 두 자릿수 등번호를 단 정식 선수가 됐고 올 시즌 팀의 최다 타점(107타점)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응원가를 빌려 소개하자면 ‘주인공은 바로 너’ 채은성(28·LG)이다.
전남 순천 효천고 시절만 해도 그에게 ‘가장 큰 물’은 전국대회 8강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그 대회에서 눈에 띄어 염경엽 당시 LG 스카우트가 내민 계약서에 “감사합니다” 하고 바로 사인을 했다. 마냥 신기했던 서울이었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지명받은 선수도 나갈 자리가 없는 와중에 연습생이 설 자리는 더욱 없었다. 곧바로 현역(의장대)에 입대했다.
“제 프로필을 보고 군대 간부님들이 ‘프로야구 선수냐’고 물어보셨는데 좀 창피했죠. 유니폼만 입는다고 선수가 아니니까….”
많은 지도자가 지명도 받지 못한 그에게 포지션을 여러 번 바꿔가면서까지 기회를 준 건 그의 잠재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보여준 게 없었기에 야구선수 채은성은 늘 ‘빚’이 많았다. 2016시즌 생애 첫 풀타임 출전과 동시에 3할 타율, 9홈런으로 잠재력을 증명하는가 싶었지만 2017시즌 곧바로 타율 0.267, 2홈런으로 추락했다. 그래도 출전을 계속하자 꽤나 오래 ‘(감독의) 양아들’이라는 조롱에 시달렸다.
“저한테 기회 주신 분들이 욕먹는 게 더 힘들더라고요. 얼굴 볼 면목이 없는 거예요. 그분들 얼굴에 먹칠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올해 초반에 더 마음을 다잡은 것도 류중일 감독님이 기회도 많이 주시는데 부응을 못 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도 작년에 욕을 하도 먹어서 그런지 이제는 웬만한 욕도 그러려니 웃을 수 있어요. 작년에는 못한 날은 털어내질 못하고 해뜰 때까지 잠도 못 잤어요(웃음).”
2014년 채은성의 첫 안타공에 양상문 당시 감독은 ‘大(대)선수가 되세요’라는 글귀를 적어 돌려줬다. 그리고 올 시즌 채은성은 생애 첫 20홈런-100타점을 넘기며 가르시아, 김현수의 줄부상으로 빈 4번 자리도 깔끔하게 메웠다. 그간 쌓인 빚을 조금이나마 상환(?)한 셈이다.
“현수 형이 얼마 전에 고맙다고 얘기해 주더라고요. 제가 먼저 같이 웨이트트레이닝 하자고 했었는데 초반에 성적이 별로 안 좋았잖아요. 그래서 내심 걱정했대요. 그런데 잘 이겨내서 고맙다고….”
“팀이 가을야구 가는 게 가장 큰 목표죠. 다 같이 1년 고생했잖아요. 가을야구 같은 큰 경기도 해 보고 싶고요. 제대로 뛴 건 2016년 한 번인데 이제 그때만큼은 떨리지 않을 것 같아요.”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