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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매스터, 對北 선제타격 반대파에 “LA에 버섯구름 보고싶나”

입력 | 2018-09-12 03:00:00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공개]북핵 둘러싸고 긴박했던 트럼프 정부




10일(현지 시간) 미국 CBS방송의 심야 토크쇼 ‘레이트쇼’에 출연한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왼쪽)가 다음 날 발간되는 자신의 저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CBS방송 홈페이지 캡처

11일(현지 시간)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밥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는 민감한 한반도 상황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사고를 보여주는 일화가 다수 등장한다. 그런데 그의 그런 발언이나 결정들은 주한미군 철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심지어 대북 선제타격 등 한미동맹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엄중한 내용들이어서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 지난해 10월 대북 선제타격 모의 훈련

책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미주리주 오자크에서 진행된 대북 선제타격 모의 훈련은 맞춤형이었다. 이 지역이 북한과 비슷한 지형지물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곳이었을 뿐 아니라 북한 지도부가 유사시에 몸을 숨길 가능성이 높은 지하 벙커를 염두에 두고 지상에서 약 150m 높이로 저공비행하며 폭격을 진행하는 훈련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훈련 당시의 통신 기록엔 ‘북한 지도부가 대피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 등의 표현도 등장한다.

이 같은 초강경 정책에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만약 선제타격을 할 거라면, 북한이 핵·미사일 기술을 더 고도화하기 전에 일찍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주변의 조기 선제타격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로스앤젤레스에 버섯구름이 필 여지를 남겨 두고 싶으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책은 지난해 10월 진행된 선제타격 훈련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공격적인 구상’에서 파생됐다고도 설명했다. 브레넌 당시 국장은 선제공격 구상을 하면서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가 아닌 ‘맨 체인지(지도자 교체)’를 옵션으로 둬야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가족을 철수한다는 트윗 글을 올리려다가 맥매스터 보좌관의 만류로 게재를 접었다가, 그로부터 한 달 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과의 전화 통화에서 ‘가족 철수’ 트윗 글을 올리는 방안이 어떻겠냐고 재차 제의했다고 한다. 이 역시 그레이엄 의원의 반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 “주한미군 없어도 밤에 아기처럼 잠 편히 잘 것”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국이 한반도에 막대한 군사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그딴 것(주한미군) 필요 없다. (주한미군) 없어도 아기처럼 잠만 잘 잘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회의에서 “주한미군이 거기 왜 있는지 모르겠다. 다 집으로 데려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불만은 올 1월에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여러 번의 통화에서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와 주한미군 비용 부담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며 비난을 이어갔고, 이로 인해 “둘 간의 관계가 위험해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달래려는) 문 대통령을 싫어했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공짜 돈을 당신들에게 주는 건 이제 그만하고 싶다”며 180일 안에 한미 FTA를 파기하겠다는 서한을 한국에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무역과 안보 문제가 연계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양국의 경제적 관계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회유하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럼에도 계속해서 흥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책은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는 물론 한국, 그리고 그 지도자(문 대통령)를 하찮게 여겼다(belittle)”고 적었다.

문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례한 통화’가 계속 이어지자 백악관 국가안보팀은 올 1월 19일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라고 느끼기 전에 대통령에게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매티스 국방장관이 “(주한미군은)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에 미국이 핵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이를 ‘도발적’이라고 판단하고 취소시켰다는 내용도 책에 담겼다.

○ 트럼프 외교 기본 원칙은 ‘힘’과 ‘개인관계’

트럼프 대통령은 ‘힘의 과시’와 ‘개인관계 우선’이라는 기본 원칙을 갖고 외교전에 임한다고 책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칭한 트윗 글을 날린 것에 대해 참모들이 우려하자 “일단 힘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을 포함한 15개국이 만장일치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안을 통과시키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좋은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며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면 상대방이 하지 않을 일들을 (이제 좋은 관계이기 때문에) 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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