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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는 16년간 팀의 대들보로 활약해 온 김주성이 은퇴했다. 베테랑 포워드 윤호영은 김주성을 대신해 팀의 간판선수이자 고참선수로서 코트 안팎에서 중심이 되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스포츠동아DB
원주 DB의 포워드 윤호영(34·197㎝)은 2017~2018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김주성(39)으로부터 팀의 간판선수라는 수식어를 이어받게 됐다.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았던 이력 때문에 지난 시즌 출전시간을 최소화했던 그가 2018~2019 시즌 본격적인 가동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DB 이상범(49) 감독은 윤호영을 경기 평균 20~25분 정도 활용하려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해 비 시즌 연습경기 등을 통해 꾸준하게 출전시간을 늘려갈 참이다.
윤호영은 일본 나고야에서 12일 열린 일본 B리그 시가 레이스커와의 경기에서 베스트5로 코트를 밟은 뒤 2쿼터부터는 간간이 교체로 출전했다. 팀 사정상 골밑 수비까지 담당하고 있는 그는 장신의 상대 외국인 선수와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선보이며 시즌 준비가 잘 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윤호영은 “(김)주성 형이 없는 전지훈련이 처음이다. 허전하다. 기댈 곳이 항상 옆에 있어서 좋았는데 사라져서 이상하기도 하다”라며 웃었다. DB는 김주성과 윤호영을 중심으로 외국인 센터 1명을 포함해 늘 강력한 포스트 수비를 구축하며 오래전부터 ‘산성’이라는 기분좋은 별칭으로 불렸다. 김주성의 은퇴로 이제 윤호영이 담당해야 할 몫은 더 커졌다.
그는 “팀의 간판선수라는 말에 내가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다만, 그렇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라며 “형이 없어 팀을 끌어가야 하는 입장이 됐는데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보니 복잡하다”며 고개를 가로저은 윤호영은 “형 옆에서 많이 지켜봤는데 막상 하려니 쉽지 않다. ‘이게 맞나’, ‘잘하고 있나’를 스스로 반문할 때가 있다”고 리더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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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DB 포워드 윤호영이 12일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체육관에서 벌어진 시가 레이거스와의 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사진제공|원주 DB 프로미 농구단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을 마친 뒤 새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보인 DB. 그런데 선수들이 뭔가 어수선해 보였다. 챔프전 분위기를 완전히 떨쳐버리기 못한 듯 했다. 이를 지켜보던 윤호영은 선수들을 모아 분위기를 다잡았다. 효과가 있었고, 그 후로 팀 훈련 분위기가 지난 시즌처럼 활기차졌다. 그는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우리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팬들이 많이 좋아해주셨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구성원 전원이 다 열심히 뛰어야 하는 팀이다. 그런 측면에서 선수들에게 얘기를 했다”고 귀띔했다.
윤호영은 “개인적으로는 건강한 몸으로 한 시즌을 잘 치르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팀으로는 또 한 번 잘 해보고 싶은 시즌이기도 하다”라며 “선수 전원이 1분, 1초라도 모든 걸 보여주고 나오는 모습을 다시 재연하고 싶다. 그러면 성적을 자연히 따라올 것 같다”고 새 시즌 목표를 공개했다.
나고야(일본)|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