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와이 ‘호놀룰루 미술관’ 한국전시실 가다
1927년 미국에서 최초로 한국 상설 미술전시실을 설치한 호놀룰루 미술관의 한국실. 1100여 점의 한국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이곳은 1년에 3, 4차례 전시품 교체를 진행하며 다양한 한국의 전통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호놀룰루=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지난달 27일 찾아간 호놀룰루 미술관에는 서양과 전통 중국식 정원이 나란히 배치돼 있었다. 전시실 역시 서양미술과 하와이 전통 예술작품뿐 아니라 절반가량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미술로 구성돼 있다. 이 미술관이 특별한 이유는 미국에서 최초로 한국미술 상설 전시실을 설치한 곳이기 때문이다. 1927년 개관과 동시에 중국·일본전시실과 한국실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약 90m² 규모에 한국 전통 도자와 불화, 가구, 직물, 조각 등 수십 점의 미술품을 선보이고 있다.
호놀룰루 미술관이 소장한 16세기 금선묘 불화 ‘석가설법도’. 호놀룰루=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하와이는 1903년 대한제국 정부의 첫 번째 공식 이민 정책이 시행된 곳으로, 사탕수수 농장에 취업하기 위해 떠난 이민자들이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한국의 전통 문화를 간직해 온 장소다.
1927년 4월 8일 호놀룰루 미술관의 설립자 애나 라이스 쿡 여사(1854∼1934)는 개관식 축사에서 “미국인을 비롯해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북유럽인 등 하와이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인류 공통의 매체인 예술을 통해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일제강점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1100여 점의 한국 미술품을 소장 중인 호놀룰루 미술관은 2001년부터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후원으로 전시실을 재단장하고, 한국미술사 전문 큐레이터를 파견받아 한국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숀 아이크먼 호놀룰루 미술관 아시아부 수석 큐레이터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통 예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동아시아 미술사를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놀룰루=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