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의 80% 안팎이 공화당 지지자이다. 그 지지율의 전반적 하락은 공화당 지지자들의 지지세조차도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11월 6일 실시되는 중간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잇따른 대형 악재에 시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서두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그 상관관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 2주 사이 3.1%포인트 하락 미국 여론조사 전문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13일 현재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2주간 지지율 평균치는 40.6%였다. CNN 조사에서는 37%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8일 기준 평균치는 43.7%였던 만큼, 2주 사이 3.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CNN은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출간과 뉴욕타임스에 실린 고위 당국자의 익명 칼럼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질 논란이 커진 것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며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일정 수준의 지지율을 (큰 변화 없이) 꾸준히 기록하던 그에게 3%포인트 하락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 하락은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지켜야 하는 공화당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 CNBC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따라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선거예측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잇(538·상하원 의석수 합계)에 따르면 하원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확률은 이달 1일 74.2%에서 12일에는 82.8%까지 치솟았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우세지역인 텍사스와 인디애나, 웨스트버지니아 등에서 민주당이 지지세를 확산시켜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100명 중 35명을 이번 선거에서 뽑는 상원은 민주당 의석이 26석이나 돼 공화당 승리 확률이 여전히 67.7%로 높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35% 정도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고, 지지율 회복 속도도 빨라 선거까지 남은 50여일 사이에 다시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지율과 北 비핵화 협상 상관관계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 하락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정국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10월 워싱턴에서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빅딜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북한과의 협상에 신중한 기류가 더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층은 북-미 비핵화 협상을 중간선거의 주요이슈로 끌어들이는 데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다”며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처럼 ‘입’과 ‘쇼’로 때우려고 할 경우 비판 언론들의 비난과 정치·외교적 부작용이 커질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도 “트럼프 행정부 내에 북핵 이슈는 득점보다 실점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정도로 북한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며 “일단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문재인 대통령이 들고 올 카드를 보고 대응하자는 기류”라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도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나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정치 상황과도 연결돼 있어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소식통은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대북강경론자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봐라, 내 이야기가 맞지 않았느냐’며 협상파를 공격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큰 꿈을 갖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은 이미 북한을 상대하면서 비핵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방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기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 조치에 대한 확답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폼페이오 장관을 평양으로 보낼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