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 덕아웃에는 타자들의 이름과 번호가 새겨진 전용 배트 수십 자루가 결정적 한방을 기다리며 나란히 서있다. 프로야구선수 전용 최고급 나무 배트인 이 방망이들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기념품으로 배트 주인이 사인을 하면 고가로 거래되기도 한다.
그러나 덕아웃 바로 뒤편에 가면 슈퍼스타의 이름이 새겨진 배트들이 커다란 통에 어지럽게 담겨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손잡이 부분에 살짝 금이 간 배트, 부러진 방망이들로 더 이상 경기에서 쓸 수 없는 폐기물이다. 모두 일반 쓰레기로 처리된다.
한화 이글스는 부러진 배트에 아주 특별한 새 생명을 선물하고 있다. 한화는 시즌이 개막된 3월부터 5월까지 1군 경기에서 선수들이 직접 공을 맞추다 부러진 배트 50개를 수 백 개의 샤프와 볼펜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배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화는 성공회 나눔의 집과 손잡고 청소년들이 직접 이 배트를 샤프와 볼펜 등 필기구로 가공하고 직접 판매까지 하는 특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올 시즌 두 차례 대전한화이글스파크에서 마켓을 열고 필기구를 판매했고 이번 달 말 한 차례 더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 이글스는 경기 도중 부러진 배트로 볼펜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배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고지 청소년들이 직접 배트를 가공해 의미를 더한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이글스 로고가 적힌 특별한 필기구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선수들이 분신처럼 여겼던 배트를 나눔의 집에서 머물고 있는 청소년들이 꿈을 담아 볼펜으로 새 생명을 불어 넣은 특별한 의미가 깊이 전달된 덕분이다. 지난 두 차례 마켓에서 필기구는 모두 완판 됐다. 3개월 동안 땀을 흘리며 필기구를 제작한 청소년들은 더 밝은 미래를 그리며 열심히 볼펜을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한 한화홍보팀 오창석 과장은 “하루에도 몇 자루씩 부러지는 배트를 보면서 야구단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나눔을 고민하며 시작했다. 나눔의 집에 공방이 있고 공작기계가 있어 청소년들이 좀 더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60여명이 참여했는데 판매할 때 마다 반응이 뜨거워 모두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