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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선 아니라는데… 메르스 확진자 감염경로 오리무중

입력 | 2018-09-14 03:00:00

쿠웨이트, 자국내 감염 가능성 부인




13일 인천공항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에서 메르스 예방을 위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인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평균 잠복기인 닷새 동안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2015년과 같은 메르스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최초 확진자 A 씨(61)의 감염 경로가 전혀 확인되지 않아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일각에선 A 씨의 감염 경로가 ‘영구 미제’로 남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 쿠웨이트 입국 전 감염?

A 씨의 감염 장소는 크게 △8월 16, 17일 쿠웨이트행 비행기 내와 경유지 △8월 17일∼9월 6일 쿠웨이트 △9월 6, 7일 한국행 비행기 내와 경유지 등 세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감염 장소는 쿠웨이트 현지였다.

하지만 쿠웨이트 보건부는 12일 “A 씨가 만난 접촉자를 추적 조사한 결과 현지 의료진, 운전사 등 모든 사람이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쿠웨이트 내 감염이 아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만약 쿠웨이트에서 감염된 것이 아니라면 쿠웨이트에 가기 전과 쿠웨이트를 나온 이후 감염됐다는 얘기다. A 씨는 지난달 16일 밤 12시 무렵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17일 새벽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공항에서 3시간가량 체류한 뒤 비행기를 갈아타고 17일 오전 쿠웨이트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복통과 설사 증세가 나타났다. 메르스 잠복기간이 최대 2주인 점을 감안하면 쿠웨이트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나 두바이 공항 체류 중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2016년 이후 2년간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쿠웨이트는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메르스 오염국에서 제외된 상태다. 반면 아랍에미리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오만과 함께 ‘메르스 오염지역’ 중 하나다.

○ 밝히지 않은 제3의 장소 가능성도

만약 A 씨가 쿠웨이트에서 감염됐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쿠웨이트 현지 병원이다. A 씨는 설사 증세로 이달 4일과 6일 두 차례 현지 병원을 찾았다. 2015년 국내 메르스 사태 당시 186명의 환자 중 96%인 178명이 병원 내 감염이었다. 메르스와 무관하게 설사 증세를 보인 A 씨가 현지 병원에 갔다가 메르스 감염 환자를 만났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비행기 등 대중교통보다는 병원 안에서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쿠웨이트 보건부는 A 씨가 찾은 현지 병원을 조사했지만 어디에서도 메르스 바이러스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지 병원도 감염 장소가 아니라면 A 씨가 보건당국에 밝히지 않은 ‘제3의 장소’를 방문했을 가능성도 있다. A 씨는 보건당국에 낙타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6, 7일 쿠웨이트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비행기나 경유지에서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때 감염됐다면 메르스 잠복기(2∼14일)를 감안할 때 8일 확진 판정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감염 경로를 정확히 파악해야 추후 예방을 할 수 있는 만큼 A 씨의 동선을 세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이상원 위기대응총괄과장은 “3명의 역학조사관을 현지에 파견했다”며 “쿠웨이트와 협의해 정확한 감염 경로를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르스 감염 경로가 끝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메르스 확진자 186명 중 3명의 감염 경로는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13일까지 A 씨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후 메르스 의심증상을 보인 11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김윤종 zozo@donga.com·김철중·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