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재판장에 전화해 막은 정황… 檢, 양승태-참석 간부 공범 판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2015년 4월 실장 회의를 열어 서울남부지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취소하도록 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검찰은 실장 회의에 참석한 고위 간부들과 이를 보고받은 양 전 대법원장 모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의 공범이라고 판단하고 수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015년 4월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가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사건에서 한정위헌 여부를 묻는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내리자 실장 회의에서 번복을 결정한 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당시 재판장이었던 염모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번복하도록 한 정황을 파악했다. 법원행정처 실장 회의에는 당시 법원행정처장과 기획조정실장, 사법정책실장, 사법지원실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은 서울남부지법의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로 전자공문을 발송하는 단계에서 이를 우연히 파악했다고 한다. 이 심의관은 대법원 수뇌부에 보고했고 이 사실을 안 대법원은 발칵 뒤집혔다. 대법원이 한정위헌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아 헌재와 갈등을 빚던 상황에서 일선 법원에서 헌재에 한정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한편 검찰은 A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사무실과 영장전담 판사들이 사용한 PC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기각한 사실을 공개했다. 검찰은 2016년 당시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지자 법원행정처가 비리가 의심되는 판사 7명의 가족 정보를 취합한 뒤 영장전담 판사에게 전달해 가족들에 대한 통신·계좌추적 영장이 청구되면 걸러내도록 했다는 의혹 등을 확인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