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및 일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등하고 있는 집값을 잡기 위해 ‘9·13부동산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현 정부 들어 이번이 8번째로 두 달에 한 번꼴로 나온 부동산 대책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고가 주택 및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강화다. 서울·세종시 전역과 부산 경기 일부 등 집값이 급등한 지역인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3.2%로 참여정부 시절의 3.0%보다 높였다. 과세표준 3억∼6억 구간을 신설해 종부세 부과 대상도 대폭 확대했다. 이와 함께 무주택 실수요자가 아니면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시키는 고강도 대출 규제도 내놓았다.
일부 지역의 집값 폭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화되고 불로소득에 따른 근로의욕 상실 등 부작용이 도를 넘은 게 사실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희망인 20, 30대의 절망감을 키우고 사회 통합을 해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고강도 대책으로 어떻게든 집값만은 잡아 그런 부작용을 없애겠다는 의지를 보일 만도 하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종부세의 점진적 인상을 앞당겼다. 다주택자 및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로 공평과세 실현과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으로 보유세만 강화한 것이 과연 시장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 부과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거래세는 낮춰야 매물이 나와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보유세가 전체 조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2015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3%)과 비슷하지만 거래세는 3.0%로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고 평균인 0.4%보다는 8배 가까이 높다. 정부가 추후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으니 시장 움직임을 면밀히 검토해 보완책을 내놓기 바란다.
최근 서울 집값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불을 댕긴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형 개발계획 발표다. 사전에 충분히 발표 대상 및 시기를 조절하지 않은 채 주요 계획을 덜컥 발표하는 일은 정책의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이번에 발표된 세제, 금융 대책과 함께 공급 확대책이 빠질 수 없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급 대책을 놓고 상의해 21일 발표한다고 하는데 이전의 혼선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노무현 정부 당시 2003년 10·29대책, 2005년 8·31대책을 포함해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이 17번이나 나왔다. 그때마다 잠시 집값이 주춤하는 것처럼 보였다가 결국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내성만 길러 집값 잡기에는 실패했다. 이런 과정과 결과를 잘 알고 있을 현 정부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면 변명의 여지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