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양정상회담 D-3
판문점선언 140일 만에 연락사무소 개소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여섯 번째부터) 등 남북한 주요 참석자들이 14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앞에서 개소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락사무소는 24시간, 365일 운영된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은 14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실무 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권혁기 춘추관장은 “평양 방문 일정 중 양 정상의 첫 만남과 정상회담 주요 일정은 생중계하기로 합의했고 북측은 남측의 취재와 생중계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담엔 우리 측에서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 등 4명이, 북측에선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 4명이 나섰다.
북한이 평양 정상회담의 주요 일정 생중계에 동의하면서, 회담 장소로 유력한 노동당 본청사, 올해 리모델링을 마친 백화원 초대소 등에서 양 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문 대통령의 일정은 최근 9·9절에 평양을 찾은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당 본청사에서 회담하고, 백화원 초대소에서 투숙했던 것과 유사할 것”이라며 “북한은 리잔수 영접을 문 대통령의 예행연습 격으로 여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공항 영접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은 4·27 정상회담에서 “비행기로 오시면 제일 편안하다”며 “공항에서 영접 의식을 하면 잘될 것 같다”고 운을 뗀 바 있다. 앞서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리 상무위원장의 평양 도착 때는 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보낸 바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의 ‘영접 수위’는 초반 관전 포인트다.
남북 정상이 일찌감치 ‘가을 정상회담’에 합의했지만 북측의 ‘무응답’ 속에 평양 방문을 고작 나흘 앞두고서야 고위급 실무 회담이 열린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4·27 정상회담을 앞두고서는 비핵화 등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각각 앞세운 고위급 회담이 열렸지만 이번엔 이마저도 열리지 못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통상 정상회담 전 나와야 할 의제나 합의문 사전 조율 같은 얘기는 언급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이날 개성공단 내에 문을 열었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 설치에 합의한 지 140일 만이다. 조 장관은 기념사에서 “오늘부터 남과 북은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번영에 관한 사안들을 24시간 365일 직접 협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리 위원장은 축사에서 연락사무소를 “북과 남이 우리 민족끼리의 자양분으로 거두어들인 알찬 열매”라고 했다.
하지만 연락사무소는 개소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북한이 당초 전날까지 연락사무소의 북측 소장 명단을 주기로 했지만 제출하지 않아 정부는 개소식 현장에서야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소장을 맡게 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동취재단 / 한상준 alwaysj@donga.com·황인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