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도 함께 추억하는 서울올림픽 17일 올림픽파크텔서 30주년 행사… 역대 대표선수 32명 주제가 합창
17일 열리는 서울올림픽 30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서울올림픽 공식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합창할 역대 국가대표 레전드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랫줄 맨 왼쪽이 서울올림픽 복싱 헤비급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은메달을 딴 백현만 씨. 천은숙 전 여자 농구 국가대표 제공
기자는 5학년 때부터 2년 동안 오전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용산 효창운동장 등에서 연습을 했다. 지금 학생들이 오후 수업을 빠진다면 부모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겠지만, 그 당시엔 학부모들의 전폭적인 응원이 있었다. 당시 정부에서 배급한 햄버거 점심을 먹고 유행하던 이문세 4집 노래들을 들으며 연습을 가곤 했다. 개회식 피날레 공연인 코리아나의 무대 옆에서 ‘손에 손잡고’를 불렀던 추억은 꿈에도 자주 나올 정도로 생생한 추억이다.
올림픽 직후 당시 조상호 체육부장관이 주는 올림픽 기장을 받았다. 박세직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과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명의의 감사 메달도 목에 걸었다. 당시 조 장관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감사의 편지도 여전히 보관하고 있다.
이날 한국 스포츠를 빛낸 역대 국가대표 선수 32명은 서울올림픽 공식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를 부른다. 이들 중에는 서울올림픽 남자 복싱 헤비급(91kg)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은메달을 땄던 백현만 씨가 눈에 띈다. 현재 녹조 수처리 전문기업인 MCE 코리아 해외담당이사로 근무 중인 그는 한국 복싱계에서 전무후무한 최중량급 천재였다. 1984년 대표 선수가 됐고 4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땄다. 변변한 훈련 파트너도 없이 준비했지만 결승까지 진출했다. 미국의 강자 레이 머서를 만나 1라운드 종료 전 RSC패(프로복싱의 TKO와 같은 룰)를 당했지만 중반까지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백 씨는 “서울올림픽 때 계체를 통과하고 생고기를 먹은 게 잘못돼 대회 내내 설사를 했다. 도핑(금지약물 검사) 때문에 약을 못 먹어 몸무게가 87kg까지 빠진 상태로 힘든 경기를 했다. 그래도 유효타를 적중시키는 전략이 잘 들어맞았다”며 웃었다. 그는 서울올림픽 이후 중량급 선수에 관심 있는 복싱 프로모터를 만나지 못해 복싱 스타의 꿈을 접어야 했다. 아쉬울 만도 하지만 백 씨는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나는 행운아였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