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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열도 침몰 대지진 발생한다면…한반도에 미칠 피해는?

입력 | 2018-09-15 03:00:00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쌓아올린 것이 한순간에 파괴된 광경을 지켜본다는 것은 실로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칠레 대지진을 목격했던 찰스 다윈의 말이다. 9월 6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규모 6.7의 강진이 발생했다. 대규모 산사태 등으로 49명 이상의 인명이 죽었고 재산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실제 강진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지진이 얼마만큼의 피해를 주는지 알지 못한다.

최근에 본 영화 중 정말 흥미로웠던 영화가 ‘샌 안드레아스’이다. 태평양에 닿아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발생한 규모 9.0의 대지진을 다룬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샌 안드레아스’는 단층선(단층면과 지표면이 만나는 선)의 이름이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캘리포니아 전역을 붕괴시킬 만한 위력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진학자들은 할리우드의 과장이라고 말한다. 정말 심각한 것은 이 지역에 있는 ‘캐스캐디아’ 침입대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강력한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해 미 서부 지역이 거의 끝장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미국 재난청은 캐스캐디아에서 지진과 지진해일이 발생하면 거의 1만3000명이 목숨을 잃고 이재민은 100만 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런데 캐스캐디아 지진이 발생하는 주기로 보면 얼마 안 남았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대지진으로 일본열도가 침몰한다는 작품과 영화가 나온 적이 있다. 일본의 대표적 SF 작가 고마쓰 사쿄의 소설이다. 대규모의 지각변동으로 일본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사라진다는 것으로 정말 일본열도가 침몰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지진학자들은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유라시아판 경계에 있는 일본은 밀도가 무거워 침강하는 해양지각이 아니다. 밀도가 가벼워 솟아오르는 대륙지각이다. 그러니까 땅이 높아지는 것이 맞지 가라앉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아무리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도 절대로 침몰하지는 않는다. 물론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 피해와 함께 발생하는 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엄청 클 수는 있다.

일본열도가 침몰한다는 영화가 나오자 우리나라 일부 철없는 누리꾼들이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주는 피해가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해운대’는 일본 쓰시마섬이 내려앉으면서 발생한 초대형 쓰나미가 배경이 된다. 그런데 일본열도 침몰 정도의 지진이라면 우리나라에 주는 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지진과 그로 인한 방사능, 화산 낙진, 쓰나미 등으로 우리나라 남부지방은 초토화 수준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중국, 대만과 필리핀, 미국, 캐나다, 중남미, 호주, 뉴질랜드도 피해가 엄청날 것이다.

왜 ‘샌 안드레아스’나 ‘일본열도 침몰’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일까? 만에 하나 정말로 발생한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진에 대해 둔감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최근 2년 동안 발생한 경주와 포항 지진으로 아주 민감하게 변해가는 것을 본다. 우리나라도 역사 기록을 보면 지진의 안전지대가 결코 아니다.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