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3곡만 맡은 줄 알았는데… OST 23곡 전부 연주”

입력 | 2018-09-15 03:00:00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영화 ‘체실 비치에서’ 참여




영화 ‘체실 비치에서’의 OST(작은 사진)를 연주하고 녹음한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오른쪽)와 작곡가 댄 존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24)가 최근 국내를 찾아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그는 4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8세에 협주곡 데뷔 공연을 가진 신동이었다. 2010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3위, 2012년 퀸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4위에 오르면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모두 최연소 입상이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영국 BBC 선정 ‘뉴제너레이션 아티스트’로 한국계 연주자로선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초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다.

벨기에에 살면서 연주 활동으로 바쁜 그가 방한한 이유는 이달 20일에 개봉할 예정인 영화 ‘체실 비치에서(On Chesil beach)’의 OST 연주를 맡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2001년 개봉해 흥행과 비평에서 큰 성공을 거둔 ‘어톤먼트’의 작가 이언 매큐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결혼식 당일, 이별을 택한 커플이 서로가 알지 못했던 사랑의 비밀을 풀어 나가는 로맨스물이다. 원작자 매큐언이 직접 각색을 했고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오른 세어셔 로넌이 주연으로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다.

에스더는 자신의 스트라디바리우스(1706년 제작 명기)로 영화 속 인물들의 환희와 슬픔, 애상과 애련 등 여러 감정을 다양한 소리와 느낌의 연주로 섬세하게 전하고 있다. 작곡자는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댄 존스(68·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컴퓨터 활용 음악의 개척자 중 한 사람이다.

에스더는 영화음악 제작에 참여한 경험에 대해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음악에 참여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어 함께하기로 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연주자는 자신의 해석을 바탕으로 연주하지만 영화는 여주인공의 심리와 영화감독이나 음악감독의 생각과 느낌을 구현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협업이 무척 즐거웠고 연주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초 3곡만 녹음하는 것으로 알고 참여했지만 OST 23곡을 모두 연주했다. 이에 대해 음악감독 존스는 “출중한 실력에 명성 높은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젊은 상주 연주자여서 처음부터 전곡을 맡길 생각이었다”고 공개했다. 이어 “시간적 여유가 없어 녹음을 이틀 만에 끝냈다”며 “이 과정에서 에스더가 놀라운 열정을 보여 우리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스더는 “녹음 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주일 동안 식사도 거르고 밤을 새워 가면서 악보를 분석했다”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지만 해내고 나니 불가능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웃었다.

영화 완성본을 8번이나 봤다는 그는 결과물에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영화 프로모션을 하면서 만난 배우들이 영화에서 음악이 굉장히 중요한데 아주 잘 살려줬다고 말했어요. 음악에 대해 매우 해박한 작가 매큐언도 OST에 대해 대단히 좋아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협업으로 탄생한 음악은 음반(DECCA레이블)으로 나왔다.

미국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성장한 그는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음악도 클래식 음악 이외에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장르로 한국 관객에게 좀 더 다가오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